30대 여성의 도시생활 '희노애락' 경쾌한 문체-현대작품 통해 위로 전해

여자의 마음은 복잡하기 알기어렵다고 한다.

30대 여자는 20대 여자보다 수만 배는 더 복잡하다.

이성과 욕망이 충돌하고, 청춘이 만개한 시절이 지났음을 인정해야 하기에 마음이 더욱 무겁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 30대에 접어들면서 삶은 더욱 복잡해진다.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됐지만 욕망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마흔을 앞두고 있다 해도 인생의 로망을 버릴 수 없다.

끼니를 컵라면으로 때워도 4~5000원의 커피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마음의 여유와 휴식을 가져다주기 때문일 것이다.

북적대는 사람들에 치이면서도 누군가가 그립고,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도 어쩐지 하루쯤 허영을 부리고 싶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정말 나 자신을 위해 살고 싶은 것이 로망이다.

저자는 그러한 마음의 바람이 불어 올 때면 현대미술을 보러간다.

권란 작가는 SBS 보도국 문화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2005년 입사해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쳐 문화부에서 3년째 미술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다.

신입기자 시절부터 꿈꿔왔던 문화부에서 일하며, 열정 넘치는 예술가들을 만나고, 그들이 창조해낸 마음을 울리는 작품과 대면하는 일은 상상 그 이상의 행복이었다고 말한다.

예술이란, 특별한 공부가 필요한 게 아니라 작품 앞에서 자유로워지면 누구든지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사람들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그림과 그녀의 로맨스’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방송기자로 일하며 휴일근무, 숙직에 매일 새벽별 보고 출퇴근하기 일쑤인 저자는 현대 미술이 도시 생활자에게 꽤나 큰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취향 고급스럽네’라는 선입견쯤은 충분히 감수하고도 남을 만큼이다.

저자의 말처럼 ‘마음에 바람이 부는 날엔, 현대 미술’ 책장을 넘기면 아프고 적나라하지만, 그래서 더 마음을 울리고 위로가 되는 현대 미술 작품들이 펼쳐진다.

이 책은 철저한 현실인과 꿈꾸는 여자 사이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나다움을 지키고픈 오춘기 여자를 위한 현대 미술 에세이다.

도시 생활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웃기고도 슬픈 자기 고백들은 작품과 유쾌하게 어우러져진다.

현대 미술을 처음 접하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현대 미술 입문자에게 그야말로 안성맞춤일 책이다.

머리카락 한 올로 한 사람의 삶을 표현하기도 하고, 깨진 도자기들이 모여 명품으로 재탄생되는 ‘현대미술의 극적인 감동’은 오늘도 복잡다단한 도시를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크게 울려준다.

현실은 비루하고 각박하지만, 그래서 더 자기 가치를 올리고 싶은 그 욕구를 이제는 솔직하게 인정할 시간이다.

아직은 더 폼 나게 살고 싶고, 찐하게 사랑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저자의 유쾌한 현대미술 토크가 더할 나위 없는 마음의 지원군이 되어줄 것이다.

현대 미술의 강한 울림과, 저자의 유쾌한 도시 공감은 ‘독한 세상’을 살아내는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끌어올려줄 힘이 되어준다.

조수빈 KBS 아나운서는 추천 글을 통해 “미술관에 가면 내 일상을 대입하며 느긋하게 작품을 감상하는 건 꿈같은 일일 뿐, 이제는 아이 쫓아다니느라 부산하다.

과거와 한참 다른 지금이지만 도시를 살아가고, 내 삶에 충실하며, 예술을 탐닉하고픈 마음은 여전하다”며 “그래서인가. 이 책은 지금 내 마음에도 바람이 불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고 전했다.

이어 “그 바람은 내 삶을 더욱 달콤하게 감싸준다. 예술을 감상하는 데, 나를 사랑하는 데 어려운 이론은 필요 없다. 경쾌한 그녀의 문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미술과 인생을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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