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핏츠 '청년, 난민되다' ···홍콩-일본현실 1인칭경험담-관찰자시점 우리사회 교차비교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 말은 전제가 충족될 때 성립한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과연 지금 청년들에게 청춘은 그런 것이라고, 고진감래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특히 주거 문제는 이들의 삶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90년 치 월세를 모아도 살 수 없는 타이완의 집값, 소득은 떨어지는데 나날이 치솟는 홍콩의 주거비, 프리타나 파견직 같은 불안정 노동자는 신원 보증이 안 돼 방을 구하는 것조차 어려운 도쿄의 주거 시스템.직장을 구하는 것, 집 구할 돈을 모으는 것, 가정을 지탱할 수준의 돈을 모으는 것이 이곳에서는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경험으로써 확인될 때, 무언가를 포기하게 된다.

그렇게 한국과 홍콩에서 ‘N포세대’가 탄생한다.

포기해야 하는 것들의 목록은 점점 늘어간다.

‘청년, 난민 되다’는 수치와 통계로 다 담을 수 없는 청년 주거의 현실을 저자들 자신의 1인칭 경험담과 직접 만나 경청하고 또 목격한 관찰자의 시점에서 또렷하게 들려준다.

당사자인 청년들의 이야기와 오랫동안 대안을 모색해온 단체, 각종 자료와 자신들의 경험담을 교차해 이 현실의 의미를 탐색한다.

저자들은 이곳에서 만난 문제가 한국사회와 교집합을 이룬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되묻는다.

우리 사회가 탈홍콩을 꿈꾸듯 탈조선을 꿈꾸는 게 당연한 게 아닌지. 저자들이 타이베이, 홍콩, 일본을 찾은 이유는 분명했다.

그곳에서 벌어진 희망의 몸부림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타이베이 시민 2만 여명은 2014년 10월 한 채에 수백억을 호가하는 디바오 지구 렌나이 아파트, 우리로 치면 타워팰리스 같은 호화 아파트 앞에 드러누웠다.

‘새둥지운동’이다.

여기서 이들은 주거의 권리, 부동산 세제 개편, 공공주택 확충 등 다섯 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곧이어 11월 치러진 선거에서 여당 대신 이들의 요구안을 이행하겠다고 약속한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었다.

홍콩의 ‘우산혁명’ 당시에도 민주화라는 큰 구호 아래에는 주거의 문제, 청년의 문제를 들고 나온 이들이 있었다.

홍콩 청년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각인시킨 계기가 되었다.

일본에는 장기 침체 이후 청년 문제(히키코모리, 프리타, 니트족)를 자생적으로 해결하려는 여러 형태의 셰어하우스와 지원 단체들이 생겨났다.

저자들은 ‘주거가 정치’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변화는 가능하다고 믿는다.

세상을 리셋하자고 말하는 대신 실효성 있는 정책, 여기에 힘을 싣는 정치가 뒷받침된다면 청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순 없어도, ‘청춘의 방’을 삶의 근거지이자 희망의 산지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흙수저 게임’이라는 보드게임이 있다.

이 보드게임은 ‘금수저 물고 태어나는 플레이어’와 ‘흙수저 물고 태어난 플레이어’를 가정하고 시작한다.

금수저가 기본으로 가진 아이템은 집 세 채와 유동자산 칩이다.

두 채는 임대 수입을 얻는 수단이다.

흙수저는 초기에 유동자산 칩만 가지고 시작한다.

게임하면서 자기 차례가 돌아올 때마다 각 플레이어는 매달 칩으로 월세를 내고, 월세를 받고, 대학에 갈지 말지, 취업을 할지 말지 선택해야 한다.

일종의 ‘인생 게임’이다.

이 게임은 얼핏 보면 금수저에게 유리하게 설정되어 흙수저의 ‘좌절’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 턴마다 흙수저와 금수저가 자신들을 위한 ‘법안’을 발의하고, 그에 따라 이 모든 선택의 질서를 바꾼다.

이것이 이게임의 핵심이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게임의 법칙 자체를 새롭게 생각할 수 있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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