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페이건 '위대한 공존'···사냥-사육등 인간의 삶 속에서 동물의 의미 조명

브라이언 페이건 ‘위대한 공존’

출판사 반니  
 

동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요즘 사회에서 동물 학대는 큰 이슈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쓰이고, 소비되던 동물이 우리의 동반자, 지구에서 같이 살아가는 생명체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움직임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물이 인간보다 하등하며, 복속한다고 착각한다.

이러한 사고는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신의 형상을 닮은 인간이 동물을 지배하고 쓰임에 따라 부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식의 태도로 인해, 수천 년 넘게 동물은 학대받고 멸종에 이르기까지 학살당하기도 했다.

고양이는 마녀와 한통속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배척당했으며, 늑대는 생태계에 미치는 중요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멸종 직전까지 몰렸다.

당나귀와 말은 일을 할 수 없을 때까지 부려지다가 다른 동물의 밥으로 쓰였다.

개는 광견병을 퍼뜨린다는 이유로 ‘처리’되기도 했다.

이런 식의 편견과 학대는 사실 그 역사가 길지 않다.

문자로 기록되지 않고 그 증거가 명확히 남지는 않았던 시절에 인간은 동물을 존중했다.

이는 현재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수렵 사냥 부족들의 오래된 이야기에서 살펴볼 수 있다.

동물은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동물이 가축화되기 전에 인간은 먹을 만큼만 동물을 사냥했다.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동물은 각자 특징이 있었고, 인간은 그 특징을 하나하나 구별해냈다.

시간이 지나 동물을 가축화했을 때도 인간은 키우는 동물에 이름을 붙여주었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했으며, 동물은 주인이 죽으면 같이 매장되기도 했다.

이렇듯 동물은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소비되거나 몰개성적인 집단이 아니었다.

하나하나의 개체에 의미가 있었고, 인간과의 관계는 상호보완적이었다.

브라이언 페이건의 ‘위대한 공존’(출판사 반니)은 동물 보호나 윤리, 도덕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자는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바라본다.

인간이 동물을 ‘발견’하고 ‘이용’했다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동물과 인간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역사의 흔적을 따라 이성적으로 추측하고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일방적이지 않음을 밝힌다.

오히려 동물의 뛰어난 자질과 놀라운 이로움이 인간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인간의 역사를 어떤 식으로 얼마만큼 바꾸었는지를 살펴본다.

현재 우리가 소비하는 육류의 양은 엄청나다.

건강을 위해 채식을 권하는 현대의 식단은 생활방식의 변화로 인한 것일 뿐. 소와 돼지, 닭은 가장 대표적인 육류일 테지만, 사실 인간이 이런 동물을 먹기 시작한 것은 수천 년밖에 되지 않는다.

현대의 공장식 축산업은 더 많은 육류의 생산과 소비를 가능하게 하지만, 지금처럼 대규모로 소와 돼지, 양을 사육한 지는 몇 백 년도 되지 않는다.

현생 인류가 등장할 무렵, 인간은 사냥을 해서 먹고살았다.

재빠르고 덩치가 크며 힘이 좋은 야생동물을 사냥하면서 기술은 점점 늘어갔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사냥을 도와준 개는 원래 늑대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인간 주변에서 살아가던 또 다른 포식자 늑대가 길들여진 과정은 명확하지 않지만, 인간과 유대 관계를 맺고 점차 인간의 생활권으로 들어가게 된 몇몇 개체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길들여진 늑대는 인간의 사냥을 돕고 찌꺼기를 먹었으며 다른 포식자의 접근을 알려주었다.

인간과 더불어 살던 늑대는 점차 몸집이 줄고 필요와 기호에 따라 털 색깔이 다양해지면서 개로 거듭났다.

그리고 가족으로서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게 됐다.

“사람도 먹고살기 힘든데 왜 동물까지 신경 써야 하지?”라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동물이든 인간이든 생명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지금도 인간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동물들을 과소평가하거나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동물 없이 인간은 살 수 없지만 인간 없이 동물은 살아갈 수 있음을, 자연이 파괴되면 인간은 생존을 위협받지만 자연은 인간 없이도 잘 지낼 것임을, 오히려 번성할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한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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