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사서 정치문제 언급 이례적 대국민호소서 국회압박의지 담겨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지금 대내외적인 어려움과 테러위험에 국민 생명과 안전이 노출된 상황에서 국회가 거의 마비되어 있다"며 "이것은 직무유기이자 국민생명과 안전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국회를 강력히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3.1절 기념사를 통해 이같이 밝힌 뒤 "우리가 또다시 나라 잃은 서러움과 약소국의 고난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면 퇴보가 아닌 발전을 위해, 분열이 아닌 통합을 위해 이제 국민께서 직접 나서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선 절반가량을 국내 정치 문제에 할애해 노동개혁법안 및 테러방지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국회를 강력히 성토하면서 4대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2013∼2015년 3.1절 기념사에서 주로 한일관계와 남북관계에 초점을 맞춰 대외적 메시지를 발신해 왔던 점과 비교하면 올해 기념사에서 국내 정치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박 대통령 기념사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져 국회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효과를 낳았다.

박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퇴장할 때 김무성 대표 등 앞줄에 착석한 여야 대표들과 웃으며 일일이 악수했지만, 박 대통령의 연설 도중 굳은 표정으로 발언 내용을 청취하는 여야 대표의 얼굴이 간간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 힘을 "진실의 소리"에 비유하면서 '국회의 직무유기'에 맞선 국민의 직접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과 서비스산업 육성을 비롯해 경제 체질을 개혁하고 수십만 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혁신과제들이 아직 기득권과 정치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 뒤 "이럴 때일수록 국민 여러분의 진실의 소리가 필요하다.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항상 국민으로부터 나왔다"고 역설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호소에는 노동개혁 법안 등 각종 개혁입법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대국민 직접 호소를 통해 19대 국회 마지막까지 국회를 압박해 나가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반영하듯 박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참여했던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서명운동'을 두 차례 언급하면서 "민생살리기 서명에 곱은 손을 불며 서명해주신 국민의 힘이 대한민국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개혁"으로 묘사하면서 "어떤 정치적 고난이 있어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4대 구조개혁을 반드시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는 의지도 재차 천명했다.

박 대통령이 19분 동안 기념사를 할 때 박수는 모두 38차례 나왔고, 일부 참석자들은 박 대통령이 국회를 비판하고 법안 처리를 호소할 때 가장 많은 박수가 나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올해 기념사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국민(21회), 북한(19회), 핵(15회), 경제(13회), 평화(12회), 개혁(10회) 순이었고, 평화통일과 대화는 각각 5차례, 2차례 언급됐다.

또한, 지난해 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가 이뤄지면서 올해 기념사에선 한일관계와 관련한 서술이 대폭 줄어들었고, 실제로 박 대통령이 '일본'과 '위안부'를 언급한 횟수는 각각 3차례, 2차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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