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부터 30년간 아이들과 함꼐한 작가의 공동체-교육현실등 메시지 담아

'꽃은 많을수록 좋다'

김중미 작가 첫 에세이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김중미 작가가 아이들과 함께 지내온 30년 만에 처음으로 소설의 형식이 아닌 자기 목소리를 그대로 담은 에세이 ‘꽃은 많을수록 좋다’(창비)를 펴냈다.

괭이부리말은 인천 만석동에 있는 빈민 지역의 다른 이름이다.

청년 김중미는 스물넷에 이 가난한 동네로 들어가, 공부방을 차리고 정착했다.

괭이부리말에서 가난한 아이들을 보살피고 공동체적 삶을 가꾸며 산 지 10년이 되었을 때, 그간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썼다.

‘괭이부리말 아이들’ 이후에도 작가는 계속 괭이부리말을 지켜 왔다.

아이들에게 자연의 위로를 주기 위해 강화의 시골로 이사한 뒤에도 강화와 만석동을 사흘이 멀다 하고 오가며 지내고 있다.

그렇게 산 세월이 올해로 꼭 30년째다.

‘꽃은 많을수록 좋다’는 만석동에 들어간 뒤부터 지금까지 작가가 아이들과 함께하며 겪었던 경험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1987년 만석동에 들어와 기찻길 옆 아가방을 시작한 그 처음부터 2001년 다시 기찻길 옆 작은 학교로 바꾼 이야기,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이야기, 교육 이야기, 가난 이야기, 2001년부터 시작된 강화도 농촌 생활까지 가감없이 펼쳐 낸다.

그리고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이유, 공동체의 꿈, 한국 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 등 세상을 향한 메시지도 빼곡히 담았다.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은 작가가 만석동 주민으로 뿌리내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작가는 공부방에서 만난 사람과 결혼해, 판자와 슬레이트로 지어 한뎃집과 다름없던 비좁은 공부방 안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여기서 살려면, 네 자식도 빈민으로 만들 각오를 해야 한다”는 걱정스러운 충고를 들으면서도, 기꺼이 각오를 다지며 두 딸을 낳아 키웠다.

두 아이의 어미가 되자 비로소 만석동 주민들은 작가를 동네 사람으로 받아들여 주었다.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방을 꾸리면서 작가는 공동체에 대한 꿈을 계속 키웠다.

1990년대 초부터 한국 사회의 많은 이들이 공동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벤포스타, 몬드라곤 등 세계 각지에서 시도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가 소개됐다.

작가는 이런 사례들을 살펴보며 공부방 사람들과 함께 만석동에서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논의했다.

그리고 ‘지금 여기 자본주의 사회를 살되, 물질주의에 현혹되지 않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연대하며 자발적인 가난을 사는 공동체’를 지향하자고 다짐했다.

작가를 비롯해 기찻길 옆 작은학교의 여러 자원 교사들은 아이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보듬고, 숨겨진 재능을 발굴하며, 세상에서 당당히 살아갈 용기를 심어 주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다.

30년 동안 쌓인 다양한 노하우와 철학, 독특한 프로그램들은 이제 방과후학교를 넘어 대안 학교 설립을 제안 받을 만큼 탄탄해졌다.

작가는 일상에 뿌리내린 폭력과 이기심을 드러내는 동시에, 힘없고 가난한 채로 그에 맞서는 용감한 이들을 보여준다.

또 부족하기에 나눌 수 있어 더 행복하다는 인생의 역설도,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책에는 공부방 아이들의 다양한 활동 모습이 담긴 다채로운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다.

아이들의 밝고 천진하고, 때로 진지한 표정은 그 자체로 공부방의 존재 이유를 말해 준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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