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제재 대상으로 명시한 북한 선박이 필리핀 당국에 압류되면서 결의가 본격적으로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필리핀 당국의 북한 선박 '진텅호' 압류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한 안보리 결의 2270호 조항을 특정 국가가 실제로 집행한 사실상 첫 사례다.

정부 당국자는 6일 "(진텅호 사례는) 이번 안보리 결의가 그냥 있는 것이 아니고 벌써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필리핀 당국은 필리핀 수비크만에 도착한 북한 선박 진텅호를 전날 안보리 결의에 따라 압류하고 선원들을 추방하기로 했다.

필리핀 당국은 이에 따라 진텅호의 출항을 막고 있는 것으로 우리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필리핀 당국의 조치는 안보리 결의 2270호 23항이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OMM)의 경제 자원인 선박 31척을 자산동결 대상으로 명시하고 회원국들의 이행을 강조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결의는 부속서에서 선박 31척의 이름과 국제해사기구(IMO) 등록번호도 적시했으며 진텅호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북한 해운사인 OMM은 불법 무기밀매 혐의로 2013년 파나마에서 붙잡힌 북한 청천강호의 실소유주로 밝혀지면서 이미 2014년 안보리 제재 대상에 올랐다.

OMM이 무기거래 등 북한의 제재 위반 행위에 핵심적 역할을 한 점이 확인된 만큼, 이번 결의는 OMM이 운용하는 선박들도 의심 화물 적재 여부와 관계없이 처음부터 발을 묶어 버린 것이다.

진텅호는 선적을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으로 등록해 '국적 세탁'을 시도했으나 필리핀 당국은 결의에 명시된 등록번호를 기준으로 압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필리핀 당국의 조치는 국제사회가 안보리 결의를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이 된다는 평가다.

필리핀 당국은 앞으로 국내법 등에 따라 진텅호에 대한 조치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처분까지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도 OMM 선박들에 대한 경계를 강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 교통부가 해상안전 기관들에게 OMM 소속 선박 31척의 중국 항구 또는 수역 내 체류 여부를 긴급히 확인해 통보할 것을 지시했다고 지난 4일 교통부 문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교통부는 유엔 제재 이행의 일환이라며 이들 선박이 자국 항구에 입항하는 것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공지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제재 목록에 오른 31척 중 진텅호를 포함한 10척이 다른 나라 국적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결의에 선박 등록번호가 적시된 만큼 국제사회의 통제망을 피하기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배가 어디를 돌아다니든 추적해서 등록번호만 맞으면 잡을 수 있는 것"이라며 "다른 (OMM 소속) 선박들도 비슷한 운명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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