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만능통장'이라고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를 앞두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은행과 증권사들의 판매경쟁이 치열하다.

ISA에 가입하면 하나의 계좌로 예·적금이나 펀드, 파생결합상품 등 여러 금융상품을 담아 운용할 수 있다.

의무 가입 기간 5년을 채운 후 돈을 찾을 때 계좌에 담긴 금융상품들의 이익과 손해를 합한 수익이 200만 원(연봉 5천만 원 이하는 250만 원) 이내라면 비과세된다.

대부분의 금융상품에는 수익의 15.4%에 해당하는 세금이 붙는다는 사실과 각 금융상품에 개별적으로 가입할 경우 일부 상품에서 손해가 나더라도 그와 관계없이 이익이 난 상품에 대해서는 정해진 세율대로 세금을 고스란히 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ISA의 비과세 혜택은 큰 매력이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ISA에 몰릴 자금이 최대 1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저금리의 장기화 등 경영환경의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과 증권사들로서는 ISA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1천600만 원짜리 승용차와 2천만 원짜리 세계여행 상품권, 골드바 등 고가 경품을 내세워 ISA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마케팅에는 이렇게 열을 올리면서도 잠재적인 위험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뒷전인 경우가 많아 '불완전 판매' 우려가 커지고 있다.

ISA에는 파생결합상품 등 손실 가능성이 매우 큰 상품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이런 위험을 알리는 것은 필수다.

또한, 의무 가입 기간 5년을 채우기 전에 긴급한 자금이 필요해 해약할 때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수익률이 낮은 안전 위주의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경우에는 운용수수료로 내는 금액이 비과세 혜택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만능통장'이라는 별명과 달리 운용하기에 따라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선 창구에서는 운용수수료와 계좌에 담길 상품 종류 등 핵심 사항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ISA 사전 가입 계약서를 받고 구체적인 금융상품은 공식 출시일 이후에 고르도록 하는 편법까지 횡행하고 있다고 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3일 "ISA 불완전 판매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금융당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나친 유치 경쟁 자제와 불완전판매 방지 노력을 촉구해 왔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고가의 경품보다는 경쟁사들보다 뛰어난 수익률로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금융당국도 일선 창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위반 사례는 단호히 조치하는 것은 물론 비교 공시 활성화 등 수익률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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