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스타일의 사람은? 

표현인문학이란 말이 있다.

과거의 인문학이 독해와 청해로 성취한다면 현재의 인문학은 표현으로 실현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매체와 도구를 활용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2010년 전주문화재단에서는 어르신 자서전 만들기 사업을 실행한 바 있다.

예술가와 함께 아름다운 기억과 말할 수 없는 과거의 상처를 영상, 그림, 도예, 사진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활용해 표현하고 기록하는 사업이었다.

처음에는 감히 ‘역사치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치료가 되었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없기에 ‘역사놀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후 결과물을 전라북도청사 갤러리에서 전시하였는데, 이때 후배들에게 전하려는 전주시민의 자긍심과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역동적인 공존의 문화와 여성적 리더십이었다.

전주는 조선의 태조어진을 모신 경기전, 유교의 성현을 모신 향교, 정여립의 대동사상, 순교자의 피로 쌓아올린 전동성당, 동학의 김개남과 초록바위, 신흥종교 등이 공간과 시간 속에서 역동적으로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는 판소리에 녹아 있다.

판소리는 읍치의 제의를 주관한 이서(吏胥)들에 의해 발전하였다.

吏胥들은 신분 계층 간의 중재와 타협이라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와 같이 전주는 전통 신분제 사회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또한, 좌우 이데올로기 전쟁과 같은 극적대립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양육한 것은 여성이다.

비빔밥으로 대표할 수 있는 전주의 음식 문화와 남전 허산옥의 장학사업에서도 여성적 리더십을 읽을 수 있다.

2015년 전주시에서는 전주사람의 문화와 정신을 개념화해, ‘꽃심·다울·풍류·올곧음’ 등의 전주정신(안)을 정립하고 올해 상반기에 선포할 예정이다.

작년 한 해 전주한옥마을에는 1,000만 명 이상의 사람이 찾았다.

청년들은 고운 한복을 입고 자태를 뽐내며 사진을 찍고, 전주음식을 즐기며, 부채와 한지공예 등 전통공예와 전주의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바로 청년선비들이 전주스타일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전주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파리지앵, 뉴요커, 런더너, 로마누스, 서울라이트라는 말이 있다.

단순하게는 각각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뜻하지만, 파리지앵을 말하며 패션을 말하듯이 이 단어들에는 그 도시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녹아 있다.

‘꽃심·다울·풍류·올곧음’을 함축해 대한민국 전통문화수도 전주에 살고 있는 사람은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시민 공모를 제안해 본다.

한자와 영어로 표현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김창주 전주문화재단 문화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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