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정치' 등 4개 섹션 구성 단식투쟁-대통령의 식사대접등 에피소드 재미와 비판을 통해 음식의 관점 재정립

'음식이 정치다' 송영애

음식과 정치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음식과 정치, 딱히 어울리지 않아보여도 이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참으로 죽이 잘 맞는다.

정치인들은 식사를 하면서 속내를 이야기하고, 식사자리에서 큰일을 도모하기도 한다.

예전 SBS ‘황금의 제국’ 드라마는 유독 아침식사 자리가 많이 등장했다.

재벌가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인데, 기업의 큰일들이 바로 이 아침식사 자리에서 정해졌다.

그래서 아침식사자리에는 빠지는 가족이 없었다.

빠지게 되면 정보를 얻지 못하게 되고, 자신의 발언권조차 잃게 되니까 말이다.

송영애의 ‘음식이 정치다’(채륜서)는 정치와 음식이 연관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정치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까지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책에는 우리의 일상의 모습도 담겨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도 정치의 연속이다.

우리의 점심시간을 보자. 회사 동료들과 중국집을 찾았을 때 상사의 메뉴 선택이 동료들의 모든 메뉴를 결정한다.

우리는 부장님이 외치는 ‘짜장면’ 한마디에 줄줄이 짜장면을 주문한다.

이 책은 ‘음식의 정치’, ‘정치의 음식’, ‘배반의 음식’, ‘화합의 음식’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음식의 정치는 단식투쟁, 정치인들이 말하는 서민음식, 라면에 얽힌 에피소드, 대통령의 식사대접 등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현역 대통령뿐만 아니라 역대 대통령의 에피소드가 있어 그들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저자는 신랄한 비판 또한 잊지 않았다.

정치의 음식은 한식 세계화 사업의 비판, 무상급식, ‘밥 맛’의 이야기를 볼 수 있으며, 배반의 음식에서는 계란의 사용, 칼국수, 치즈를 통해 음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화합의 음식에서는 故정주영 회장의 소 방북이야기, 탕평채, 비빔밥을 통해 음식을 통해 생겨난 정치의 화합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생활과 동떨어진 음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족발하고 호떡하고 순대국밥은 어떻게 정치인들의 서민음식이 된 것인지, 대형 비빔밥을 다 같이 비비는 모습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식 세계화 사업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삶과 밀접한 이야기를 공유한다.

그리고 책에서 음식은 단순히 식재료를 조리한 밥이나 국 따위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명칭, 가격, 먹는 행위 혹은 먹지 않는 행위까지 포괄한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정치는 물론 역사, 최근 이슈, 사회문제들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음식을 바라보는 관점이 재정립된다.

저자는 음식이 정치고, 정치가 음식이라고 말한다.

음식과 정치의 조합이 생뚱맞게 느껴지는 것은 굶주린 이들의 허기를 채워주는 것이 음식인데, 우리 정치인들은 배고픈 이들의 궁핍한 삶을 종종 외면하고, 오히려 가진 자들의 배를 더 불려주는 일도 서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아이러니함에서 음식과 정치의 조합을 가능하게 만든다고 말이다.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입맛이 다른 독자의 타박은 달게 받아야 할 것이며, 식감은 좀 거칠어도 잡곡을 듬뿍 넣어 지은 밥이 건강에 좋은 법이라고 이해해줬으면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 책의 식감이 거칠게 느껴지는 이들은 아마도 정치인일 것이다.

정치인들이 ‘서민’이라 일컫는 우리네 보통사람들에게는 산해진미이고, 속 시원한 국물이 아닐까.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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