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은 왜 민주주의를 사랑하는가' 정치권과 재벌의 '은밀한 결탁' 문제점 파헤쳐

부자들의 영향력은 경제 분야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정치와 자선 활동 영역까지 날로 거대해지고 있다.

대럴 M. 웨스트 ‘부자들은 왜 민주주의를 사랑하는가’(원더박스)는 정치와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갈수록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전 세계 억만장자들의 활동을 종합적으로 분석, 논의하고 대안을 살펴본 최초의 단행본이다.

미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싱크탱크인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국정운영연구실 부실장 겸 기술혁신연구실장인 대럴 M. 웨스트는 방대한 자료를 통해 부자들의 활동이 사회에 야기하는 문제를 비판적으로 해부한다.

미국 정치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하버드대학교의 테다 스코치폴 교수는 “민주주의의 장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책에 인용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상위 1퍼센트 부자들의 투표율은 일반인들의 두 배에 가깝다.

선거자금 기부 경험은 다섯 배나 많으며 국회의원(상하원의원)과 직접 접촉한 경험 역시 네 배에 이른다.

슈퍼 리치들은 단순히 선거자금을 지원하거나 여론을 호도하고 입법을 위한 로비 활동을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2016년 미국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뛰어든 갑부 도널드 트럼프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공직에 직접 출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의 마이클 블룸버그,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프랑스의 세르주 다소, 오스트리아의 프랑크 스트로나흐, 호주의 클라이브 파머, 영국의 잭 골드스미스, 태국의 탁신 시나와트라, 러시아의 세르게이 푸가초프 등이 공직 선거에 출마했고 대부분은 이겼다.

대대적인 여론전과 더불어 정치인과의 직간접적인 친분을 이용해 특정 법안을 막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공직 후보자의 임명을 좌절시키는 일은 워싱턴 정가에서는 다반사이다.

재력가 대신 행동을 취해줄 상원의원한 명만 있어도 뜻이 관철된다.

이를 ‘상원의원 포섭 전략’ 및 ‘보류 전략’이라 한다.

‘억만장자는 집 네 채, 요트 두 척, 비행기 한 대, 정치인 다섯 명을 소유하고 있다’는 미국식 유머가 탄생한 배경이다.

최상위 부자들은 전통적인 자선 활동의 양상마저 바꾸고 있다.

최근 일부 부유층 기부자들은 ‘자선자본주의(Philanthrocapitalism)’라고 일컫는 신종 활동가적인 자선 사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재계에서 습득한 기술과 방법들을 자선활동에 적용해, 비영리 단체들의 활동에서 특정한 결과물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점차 이러한 신종 자선 활동이 부자들의 특정 정책 옹호 활동과 접목되는 추세다.

이를 미국에서만 국한돼서 바라봐선 안 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1992년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통일국민당을 창당하고 대선에 출마해 16.3%의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는 기업가 출신으로 상당한 재력을 지닌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다.

정치권과 재벌의 비리도 하나 둘씩 밝혀지고 있다.

2007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한국 최대 재벌이 정관계에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로비와 불법 비자금 조성을 일상화하고 있음이 알려졌다.

최근에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정부 실세들과 기업인들 간의 결탁이 크게 사회문제화 되기도 했다.

이렇듯 한국의 상황이 결코 양호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민주주의의 올바른 길을 모색해봐야 할 시점이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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