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부처-자치단체-공공기관 적용 성과부진-우선순위 낮은 사업 축소-폐지키로···효율성 높여

정부가 내년 예산을 편성할 때 재량지출(정부 의지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예산)을 10% 줄이기로 했다.

예산감축 규모는 단순 계산시 최고 16조8천억원이 된다.

이렇게 절감한 예산은 일자리와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사업에 투입한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2017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했다.

기재부가 만든 이 지침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내년 예산을 짤 때 적용해야 하는 기준이다.

지침에 따르면 각 부처는 재량지출을 10% 줄여 내년 예산을 요구해야 한다.

올해 전체 예산 386조원 가운데 재량지출은 53%(203조원)를 차지한다.

여기에서 인건비, 기본경비 등 줄일 수 없는 비용을 제외한 재량지출은 168조원 규모다.

나머지는 공적연금, 건강보험 등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돼 있어 정부가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는 의무지출이다.

그러나 국방무기 구입, 민자사업 관련 정부지급금 등 감축하기 어려운 재량지출 분야가 있기 때문에 실제 구조조정되는 부처 예산은 재량지출의 10%인 16조8천억원보다 더 작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각 부처의 재량지출 사업 가운데 성과가 부진하거나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은 과감하게 축소•폐지하기로 했다.

박춘섭 기재부 예산실장은 "예산을 줄인다기보다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라며 "효율성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지출 내역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절감한 재원은 고용서비스•직업훈련 등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업과 청년•여성 등 취업 취약계층 지원,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한 문화산업 등 미래성장동력 투자에 쓰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에 처음으로 고용영향 자체 평가제도를 도입한다.

각 부처는 일자리 사업 196개(15조8천억원 규모)와 총 사업비가 100억원 이상인 재정사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스스로 평가하고, 제도 개선안을 내놓아야 한다.

박 실장은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만큼 관련 예산을 가급적 늘려야 한다"며 "구체적 금액은 예산 편성 단계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계속해서 재정 구조조정의 강도를 높이는 것은 재정 여건이 어느 정도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에는 전체 예산의 15% 수준인 국고보조금 사업 수를 10% 줄이라는 예산편성 지침을 내놨었다.

기재부는 올해 세입 여건에 대해 "세수 부족 상황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이지만, 대외 경제여건이 불확실한 점이 안정적 세입 확보의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수를 더 늘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연금•보험 의무지출이 갈수록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40%에 이르렀다.

관건은 정부의 실행 의지다.

정부는 2006∼2010년 매년 각 부처에 '재량지출을 10% 줄이라'는 지침을 내리다가 2011년 예산안부터 이를 제외했다.

예산안 편성지침에 구체적 수치를 명시한 것은 7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1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국고 보조사업에 대해서는 적격성 심사를 하기로 했다.

국고 보조를 3년 이상 받은 사업은 폐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연장평가를 통해 사업 존속 여부를 결정하는 등 보조금 사업의 고삐도 더 강하게 죈다.

여유자금이 있는 기금에 지원하는 전입금은 축소하거나 폐지한다.

기금 살림살이가 넉넉한데도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관행을 고치겠다는 뜻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의무 경비로 편성하도록 강제하는 장치도 마련하기로 했다.

각 부처는 이번 지침이 적용된 예산요구서를 오는 5월 31일까지 기재부에 내야 한다.

기재부는 부처 협의와 국민 의견수렴을 거친 내년 정부예산안을 9월 2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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