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일 현 /정치부장

정말 선거다운 선거가 치러진 게 언제였고 도민들이 선택의 기회를 가진 게 얼마 만인가.

특정 정당의 공천장이면 당선이 당연시돼 왔던 선거 분위기는 이제 전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일당 독주가 아니라 경쟁 체제가 도입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초한지나 삼국지의 핵심은 누가 패권을 잡느냐다.

대명천지(大明天地), 2016년에 패권 운운 하면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겠지만 어쨌든 총선의 핵심은 어느 당이 ‘패권’을 잡느냐에 집중된다.

전북 정치의 패권을 잡는 정당이 중앙에서 전북 몫을 제대로 차지해야 하는데, 강한 정당이 패권을 잡지 못하면 전북 발전은 또 요원해질 수 있다.

그래서 어느 정당이 전북 패권을 잡느냐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정당 선택과 함께 도내 유권자들이 깊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

전북의 2야당이 총선 이후, 내년 대선 이전에 통합 또는 연대한다고 가정하게 되면 전북 출신 인사를 최대한 보호하고 흠집을 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누구든 전북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사라면 그를 상처내선 절대 안 된다.

총선에선 정적(政敵)이라 하더라도 내년 대선 이전을 내다봐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호남 적통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어서다.

호남 적통 경쟁의 의미는 자신의 출신, 즉 원적이 호남임을 천명하는 것이다.

과거 재경 전북인 중에선 정권의 입맛에 따라 서울 출신도 됐다가 전북 출신도 됐다가, 횃갈리는 인물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이후, 그 전에는 고향이 타지였다가 급히 전북으로 수정한 고위 인사가 부지기수다.

지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호남 적통 경쟁에 들어갔다.

서로가 김대중 정부를 잇고 있고 호남과 ‘민주당’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호남 적통 경쟁에 불을 지핀 이는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대표다.

김종인 대표는 최근 광주를 찾아 “호남 몫을 대변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달 1일 전북을 방문하는 자리에서도 ‘적통’ 문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야권 내 대선 주자군인 문재인-박원순-안철수 등이 모두 부산경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자신이 호남의 킹 주자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할 것이다.

국민의당이나 지지자들 입장에선 김종인 대표가 원망스러울 수도 있다.

안철수 신당 바람이 한창 거셀 때 김종인 대표는 신당 바람을 차단했다.

현재의 국민의당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김종인 대표가 더민주에 들어가기 전에 비해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따라서 김 대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잘 돼서, 킹메이커가 아닌 만일 킹이 된다면 전북으로선 좋은 일이다.

김 대표의 당 장악력과 역량이 뛰어나서 킹 후보까지 간다면 전북은 대 환영할 일이다.

김 대표는 국보위 출신이라는 비판에도 불구, 가인 김병로 선생의 손자라는 점에서 전북 인사로 꼽힌다.

지역 일각에서는 언제부터 김 대표가 전북이냐는 비아냥의 목소리도 있지만, 김 대표를 전북이 아니라고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 누구라도 굳이 김 대표를 생채기 낼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전북 4.13 총선거의 핵심은 강한 전북과 강력한 전북 정치 체제 구축에 있다.

전북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흑묘백묘, 어느 고양이라도 쥐를 잘 잡는 이가 필요하다.

/김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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