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긻대 첫 교수퇴출제 도입-기초학력↑ '전국 1위 대학' 달성 경영 비책 수록

'위기의 대학, 길을 묻다'

전북대 15-16대 총장 서거석 교수

전북대학교 15, 16대 총장을 지낸 서거석 교수가 총장 재임시절 대학을 어떻게 운영해왔는지 ‘위기의 대학, 길을 묻다’(전북대학교출판문화원)라는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한국의 대학은 위기다.

학령인구 감소로 각 대학들은 정원을 채우는 것이 목표가 됐고, 교수들이 고등학교를 찾아다니며 영업을 뛰는 현실이다.

정원을 못 채우니 대학은 제대로 된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고, 전문가들은 경쟁력 없는 대학들을 없애야 한다고 꼬집는다.

하지만 비단 이것을 대학의 문제로만 몰아세우기는 어렵다.

근본적인 책임은 정부와 정치권에 있다.

90년대 정부와 정치권은 대학의 설립 허가를 쉽게 내주었고, 정원도 자율화 시켰다.

당시 설립된 대학들이 부실대학으로 지정되고, 문을 닫고 있다.

지금의 현실에서 가장 큰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다.

대학들은 정부와 정치권의 탓만 할 수도 없는 처지다.

정부의 각종 지원금과 정책은 ‘선택과 집중’이기에 그 안에 속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어려움이야 지방 사립대가 제일 크겠지만 국립대라고 해서 형편이 썩 좋지만도 않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수도권 중심으로 된 정책이 이어졌고, 기업에서도 지방대학 출신을 차별하면서 수도권 대학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해졌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들에 대해 지방대학들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감내하고 있었다.

전북대는 2000년대 초중반 최대 위기를 맞는다.

연구비 부당 집행으로 전북대 교수 수십 명이 사법처리 된 것이다.

구성원의 사기는 떨어졌고, 대학의 명예와 위상도 크게 실추 됐다.

그런 와중에 서거석 교수가 대학 총장을 맡는다.

서 총장은 교수 승진요건을 4배 이상 높였고, 정년보장 교수들에게도 의무 논문을 부과했다.

우수교수에서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했고, 국립대 처음으로 교수퇴출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4학기제를 도입해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높였고,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학생들을 외국에 보냈다.

서 전 총장은 개혁의 성패을 위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첫째, 개혁하고자 하는 어젠다와 관련된 국내외 대학의 현황과 통계자료를 얼마나 정확하게 입수하여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활용하느냐와 원활한 소통을 통해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서 전 총장의 추진력은 효과를 나타냈다.

전북대는 ACE사업, BK사업 등 국가 재정 지원 사업 분야 7관왕을 달성하고, 언론사들은 ‘최근 20년간 가장 발전한 대학’, ‘잘 가르치는 대학’, ‘SCI 논문 증가율’, ‘재학생 만족도’ 등 여러 분야에서 전북대학교를 전국 1위로 꼽았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됐다.

제1부에서 제3부까지는 대학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어떤 방향으로 새롭게 디자인했는지, 어떤 절차를 거쳐 새로운 정책을 추진했는지, 구성원을 어떻게 섬기고 이끌었으며 성과를 냈는지 필자의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밝히고 있다.

제4부에서는 대학을 비롯한 조직을 이끌고 나가는데 필요한 핵심 노하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끝으로 제5부에서는 한국대학 발전을 위한 여섯 가지 제언을 담았다.

‘대학에 대한 투자 없이 국가 경쟁력은 없다’는 말이나 대학 구조 조정 방향의 재설정에 관한 제안, 국립대의 연합대학과 같은 제안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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