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명 女 대상 장기실험 '체중 메커니즘' 통한 과학적 체중관리-건강 솔루션 제시

'왜, 살은 다시 찌는가?'

미국 다이어트-체중 과학자 린다 베이컨

우리 사회에서 ‘마른 몸’은 선호 대상이다.

매스컴에서는 적정 체중이라고 할 수 없는 깡마른 여성들이 비춰지고, 이들에게 훌륭한 몸매라며 찬사를 보낸다.

또한 사람들은 뚱뚱한 이들에게 ‘못생겼다, 게으르다, 절제성이 없다’라는 부정적 딱지를 붙이곤 한다.

린다 베이컨의 ‘왜, 살은 다시 찌는가’(와이즈북)은 이런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왜, 살은 다시 찌는가’는 미국의 저명한 다이어트-체중 과학자 린다 베이컨이 미 국립보건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다이어트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78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장기 실험을 마치고 ‘다이어트는 살찌게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그 이유는 사람마다 다른 설정체중(set point) 때문이다.

영양, 호르몬, 혈당, 체지방 등 몸 상태를 가장 이상적으로 반영한 최적의 체중이 있다는 것이다.

모순처럼 들리지만, 뚱뚱한 체중도 어떤 사람에겐 생리학적으로 이상적이며, 아주 비쩍 마른 몸도 사람에 따라 이상적인 체형일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열망하는 날씬한 몸이 모든 이에게 좋을 거라는 통념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 말한다.

우리 몸을 조절하는 체중 메커니즘은 증가나 감소를 막기 위해 매우 부지런하게, 때론 아주 필사적으로 일을 한다.

생리적으로 최적화된 건강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 설정체중을 흔들어대는 주인을 만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굶기 다이어트로 체중이 설정체중 이하로 떨어지면 체중 조절 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해 섭식을 유도하는 호르몬을 분비해 입맛을 바꾸면서까지 지방을 당기게 만들고, 더 심하게는 칼로리를 잃지 않으려고 방바닥에서 시체놀이만 하게 만들 수도 있다.

게다가 몸이 굶주릴 것에 대비해 설정체중을 더 높게 재설정하면서 지방을 더 많이, 더 많이 저장하라고 몸에 명령을 내린다.

이것이 바로 상습적인 다이어터들이 “물만 먹는데 왜 쪄?”라고 말하는 이유다.

저자는 우리의 의지력은 결코 체중 감소에 저항하는 메커니즘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한다.

체중 메커니즘은 수백만 년에 걸쳐 형성된 아주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식량이 귀하고, 또 식량을 구하려면 어마어마한 칼로리를 소모해야 했을 과거 환경에서 우리 몸은 가장 알뜰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진화했다.

기근에 대비해 고열량 지방은 최대한 저장하고, 저장된 지방은 쓰지 않는 방식으로 가장 알뜰하게 보존하며, 가능하면 고열량 음식을 탐하도록 말이다.

살을 빼겠다는 다이어트가 당연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수백만 년에 걸쳐 형성된 몸의 시스템을 외면한 채 반기아, 절식, 식이 제한을 앞세우는 다이어트가 성공할 리 만무하다.

체중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유전, 그리고 사람마다 다른 신진대사 능력과 생활습관이다.

따라서 몸의 소리를 외면하는 식이 제한 다이어트는 체중 조절 기제를 훼손하여 살을 더 찌우므로 허기를 돌보는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불가능에 가까운 마른 몸매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을 수용하지 않고 ‘체중’에 낙인을 찍는 우리 사회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몸에서 희망을 얻으려는 우리들의 결핍과 불안, 그리고 체중으로 인한 자기부정에서 빠져나와 몸을 새롭게 인식하고, 자기 몸에 맞는 과학적인 체중 관리와 건강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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