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없고 상대후보 헐뜯기 혈안

선거철엔 ‘포지티브’ 보다 ‘네거티브’가 성행한다.
긍정적이기 보다 부정적인 대응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어떤 식으로든 공격해야 표를 늘릴 수 있다고 믿는다.
때문에 정책선거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된다.
마타도어(Matador)도 판을 친다.
근거없는 사실을 조작해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흑색선전을 퍼뜨리기 일쑤다.
허위사실공표와 비방·흑색선전은 대표적인 마타도어다.
이것들은 모두 공명선거를 망치는 패악이다.
없는 일을 있는 사실처럼 조작해 상대방을 비방하는 후보에게는 단죄가 내려져야 한다.
금품제공 등 기부행위는 불법선거운동의 관습(?)이 된지 오래다.
유권자의 ‘표심’을 금품으로 매수하려는 비열한 선거운동 방법이다.
또한 유사기관 사조직을 만들어 불법선거운동에 나서는 후보도 있다.
이들 불법선거운동에는 철퇴가 내려져야 한다.
우리 사회에 선거라는 민의 표출 제도가 존재하는 한 불법선거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당선’이라는 달콤한 유혹이 있기 때문이다.
불법선거를 없앨 방법은 많지 않다.
다만 유권자들이 감시자가 되어 올바른 표심을 행사할 때 불법선거는 조금씩 자라질 것이다.
그래서 ‘유권자 반란’, ‘선거 혁명’이 필요하다.
오는 13일 치러질 20대 총선 선거운동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선거운동은 선거법에서 제한된 사항만 잘 지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후보자로 등록한 사람은 예비후보 시절부터 선거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고 후보자 자신의 명함을 돌릴 수 있다.
이메일 발송도 가능하고 인쇄물 발송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도 있다.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부터는 유세차량을 이용한 선거운동도 시작됐다.
문제는 후보자들이 선거법에서 제한된 사항을 준수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불법 타락선거가 판치는 선거운동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기부행위 줄고 비방·흑색선전 늘어  

제19대 총선이 치러졌던 지난 2012년에도 불법선거운동은 여전했다.

전북선관위 집계에 따르면 제19대 총선에서 불법선거운동 적발건수는 74건에 달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기부행위등이 18건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금품 제공으로 대변되는 기부행위는 불법선거운동의 오래된 관습이 됐다.

당시 허위사실공표는 3건, 비방·흑색선전은 2건으로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20대 총선 들어 불법선거운동에 변화의 조짐이 일었다.

기부행위등 불법선거운동의 분위기는 4년이 지나자 허위사실공표나 비방·흑색선전 쪽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7일 현재 전북선관위의 불법선거운동 적발 건수는 총 49건. 이 가운데 기부행위등은 11건으로 가장 많다.

지난 19대 총선 때의 18건과 비교하면 상당부분 감소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허위사실공표와 비방·흑색선전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각각 10건과 1건으로 지난 19대 총선 3건과 2건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최근 집계한 대검찰청 자료에도 금품선거는 줄었지만 허위사실유포 등 흑색선전이 19대 총선 때 보다 3배로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비슷한 시기 경찰청도 지난 총선 때보다 고소나 고발이 99.1% 많아진 것으로 집계했다.

금품제공이나 향응은 33.1% 감소한 반면 후보자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등 흑색선전은 1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이유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 전인 2월 29일 개정된 공직선거법 제59조에 따라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대폭 허용됐기 때문이다.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불법선거운동은 SNS의 확산과 맞물려 돈을 들이지 않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에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전북선관위 정병진 지도담당관은“지난 19대 총선과 이번 20대 총선을 비교해볼 때 특징적인 점은 허위사실공표가 많이 늘어났다는 점이다”며 “허위사실공표 등이 늘어나는 불법선거운동의 변화는 하나의 트렌드 처럼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정 담당관은 “대체적으로 공천 전에는 금품제공 등 기부행위가 불법선거운동의 주를 이루지만 본선거에 들어서면 허위사실공표에 초점이 맞춰진다”며 “특히 여론조사에 의한 허위사실공표는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밴드왜건(band-wagon) 효과’로 까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여론조사가 풍향계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풍기’ 역할로 돌변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금배지 반납과 기사회생까지  

역대 선거에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금배지를 잃거나 기사회생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이무영•김세웅의원은 지난 2008년 각각 허위사실 유포와 향응 제공 등의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금배지를 내놔야 했다.

이무영 전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을 앞둔 지난 2008년 4월 방송토론회에서 ‘상대 후보가 북침설을 주장하다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감옥에 갔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고 상고했지만 원심대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났다.

김세웅 전 의원은 18대 총선 과정에서 유권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하고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2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상고한 대법원 판결에서 원심의 형량을 확정 받았다.

선거법위반 혐의를 받고 기사회생한 사례도 있다.

이상직 의원은 지난 2013년 11월 대법원의 무죄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을 받아 살아났다.

이 의원은 총선과정에서 중학교 동창의 개인사무실에 전화기 5대를 설치해 지지를 호소하고 비선조직을 만들어 선거운동을 한 혐의와 자신의 기업체 직원을 동원한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인터넷 카페 등을 개설하고 회원을 모집해 운영하는 것은 정보통신망을 통한 선거운동의 하나로 선거운동 기간 전에도 허용된다며 이를 선거법상 사조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결국 대법원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이 사건을 광주고법 전주지원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한병도 전 의원은 지난 17대 총선을 앞두고 허위사실 유포와 사전선거운동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0만원을 받고 항소했다가 지난 2005년 대법원에서 벌금 80만원을 확정 받아 의원직을 유지했다.

지난해 10월 29일에는 박경철 전 익산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500만원 벌금형을 받아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선거 막판 번지는 ‘과열 혼탁’  

선거 막판까지도 과열•혼탁선거가 그치지 않고 있다.

유권자들은 정책선거를 바라고 있지만 정책은 실종되고 ‘구호’만 남아 있다.

전북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7일 현재 20대 총선 선거사범 단속은 69건 94명에 이르고 있다.

불구속 송치 3명, 수사종결이 15명이고 54건 76명이 수사 중이다.

유형별로는 금품향응이 13건(13.8%, 후보비방이 27건(28.7%), 인쇄물배부 10건(10.6%), 사전선거 11건(11.7%), 기타 33건(35.1%) 등이다.

지난 19대 총선 때 56건 133명과 비교하면 금품향응(37건), 후보비방(43건), 사전선거(27건), 기타(33건) 등으로 불법선거운동의 단속건수는 줄어들었다.

비방•흑색선전의 정도는 지난 19대 총선 때보다 약화됐다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과열•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북선관위는 최근 남원-임실-순창, 김제-부안, 완주-진안-무주-장수 지역 등 도내 3곳을 제4차 과열•혼탁지구 선거구로 지정했다.

이 같은 과열•혼탁지구 지정도 무차별한 불법선거운동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한다.

허위사실공표 사례는 이번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전북선관위는 6일 공직선거법 상 허의사실공표죄로 A씨를 전주지방검찰청 군산지청에 고발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국회의원 후보자 A씨는 다른 후보자 B씨에 대해 “경쟁력이 낮다고 두 번이나 퇴짜 맞은 B씨의 전략공천을 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지역 주요 언론사에 공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성명서와 같은 내용으로 작성된 휴대전화 문자를 선거구민 등 모두 5만8,500여명에게 전송하는 방법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달 14일에는 완주군과 남원시선관위에 적발된 허위 사실 공표 혐의 2건의 선거법 위반행위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여론조사 결과 왜곡 공표 행위도 있다.

익산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 등록 첫날인 지난달 24일 20대 총선과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해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상 불공정한 여론조사는 여론조사공정심의위의 제재를 받지만 실질적인 처벌은 거의 없다.

유사기관 설치 행위도 있다.

전북선관위는 지난 4일 완주군선관위는 20대 총선과 관련 유사기관을 설치하고 자서전을 제공한 혐의 등의 선거법 위반 행위를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전북선관위는 제20대 총선과 관련 예비후보자 등 4명이 유사기관을 설치하고 선거운동을 한 사실을 신고한 A씨에게 선거범죄 포상금 1,5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비방·흑색선전 아닌 ‘정책선거’로  

제20대 총선 막바지 불법·편법 선거운동이 난무하고 있다.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판치고 후보 간 경쟁이 과열로 치닫고 있다.

선관위나 경찰에 신고되지 않은 불법 행위들도 부지기수다.

최근에는 SNS 등을 통해 허위 여론조사 결과를 전송하는 사례도 생겼다.

허위사실공표와 비방·흑색선전 등 불법선거운동은 철저한 단속과 감시가 없다면 공명선거 혁명을 이룰 수 없다.

유권자들은 표심으로 심판해야 한다.

불법선거운동을 저지른 후보자에게 철저히 표를 주지 않아야 한다.

전북선관위 정병진 지도담당관은 “당국의 철저한 감시와 단속, 유권자들의 표에 의한 심판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후보들 스스로가 상호 비방과 흑색선전에 몰입하기 보다는 정책선거로 대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SNS 등에는 특정 후보를 비난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흑색선전은 ‘선거축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간질과 갈등을 야기 시킨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선거 때마다 행정기관이 선거에 관여하는 관권선거가 공정한 선거를 불가능 하게 했다.

실제로 1987년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후에도 부패선거는 오랫동안 지속됐다.

후보들의 각성은 선거문화를 바꾸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깨끗한 선거운동을 통해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는 자세가 우선되어야 한다.

정책과 비전으로 유권자의 심판을 받고 바른 정치를 실천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국민들은 지난 19대 국회에 크게 실망했다.

자신들이 뽑아준 국회의원이 국회에 입성해 하는 일을 보면 매번 실망 뿐이라고 말한다.

관계당국은 일벌백계 의지를 갖고 감시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지만 국회의원 후보자 스스로 변하지 않는 한 공정선거 문화는 바뀌기 쉽지 않은 일이다.
 

▲불법서넉운동 당국-유권자 감시 선행돼야

전북선관위 서성원 조사관 SNS 영향 허위-비방 늘어나

“선거는 공명해야 하고 상호 비방이나 흑색선거를 자제하고 정책선거 대결로 가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전북선관위 서성원 조사담당관은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당국과 유권자의 철저한 단속과 감시가 선행돼야 합니다. 그 다음은 올바른 표심으로 심판해야 합니다. 선거기간엔 단속이 중요하지만 선거날엔 유권자가 표로 심판해야 합니다”고 꼬집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또다른 특징적인 모습이 보였다고 말했다.

“해마다 선거 때만 되면 기부행위는 물론 허위사실공표나 비방 흑색선전이 끊이질 않았는데 특히 이번 총선은 기부행위가 줄어들고 허위사실공표나 후보자 비방, 흑색선전이 많이 나타나고 있죠. 이는 SNS 등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서 담당관은 “이 처럼 SNS를 이용한 불법선거운동은 인터넷의 발달과 맥을 같이 하죠. 접근이 용이한 SNS의 보편화가 선거사범을 양산하고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공직선거법 제 110조에는 상대 후보자를 비방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해 유포하는 경우로 중대한 선거범죄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서 담당관은 “최근 정치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데 선거 풍토까지 혼탁해지는 상황을 지켜보면 정치권에 대한 회의감마저 든다”고도 우려했다.

/이신우기자 lsw@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