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찬

/전주교육대학교 전 총장

광주에 사는 지인 교수와 무등산 자락에 있는, 리프트를 타고 팔각정에 올라가는데, 소나무 향기가 가슴 속 깊이 파고들어, 전주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그윽한 향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소나무 사이사이에 간간이 서 있는 참나무들이 옷을 다 벗어버려서 추위에 떨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팔각정에 올라 광주 시내를 내려다보았으나, 안개가 자욱이 끼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저녁노을이 안개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예쁜 무지개 층이 형성되어 무지개에서 피어나는 빛이 필자에게 다가와 필자의 가슴을 물들이는 것 같았다.

팔각정에 올라 광주 시내를 내려다보면서 휴게소에서 맛있는 파전과 곁들인 지난 이야기들로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만들었으며, 차가운 무등산의 공기도 포근하게만 느껴졌다.

다음날 아침에 호텔을 출발하여 무등산을 오르기 위해 꼬부랑길을 따라, 무등산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전에 내린 눈이 얼어붙어 빙판길을 이루었다.

약수터에서 약수 물을 한 바가지 들이키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약수 물을 마시고 나니, 힘이 생겨서,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오르는데, 필자의 눈앞에 고드름으로 장식이 된 빙벽이 나타났다.

고드름이 아주 멋진 빙벽병풍을 만들어 놓았다.

이러한 진풍경은 자연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환상적인 작품이다.

그 어느 조작가가 이보다 더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조금 더 오르다 보니 꿩이 빙벽을 타고 오르다가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더니 마침내 푸드득 소리를 내면서 날아갔다.

좋은 볼거리가 있어 마음이 풍요로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어찌나 세찬지 귀와 코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무등산을 반쯤 올랐을 때, 즐비하게 서있는 나무들은 마치 크리스마스 추리처럼 장식되어 있어, 장관을 이루었다.

이 나무들은 인간이 조성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무등산에 자연이 가져다 준 신의 선물처럼 느껴졌다.

세상만가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행복해 질 수도 있고 불행해질 수도 있는데, 필자는 항상 긍정적인 쪽으로 느끼고 생각하려고 노력해서 인지, 만사가 좋게만 느껴져, 하루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고, 일상이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

조금 더 올라가니, 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상에도 바람이 세차게 부는데, 구름은 산을 감싸고 돌고 돌아 나무에 새하얀 꽃(상고대)을 피워 놓았다.

“상고대”란 초목에 조그만 물방울이 눈처럼 엉겨 붙은 얼음알갱이를 지칭하는 것으로, 나뭇가지에 매달려있는 미세한 얼음알갱이는 마치 복슬강아지 꼬리처럼 부드럽고 따뜻하게 보이지만, 만져 보면 이내 부서지고 마는 미세하게 엉겨있는 차디찬 얼음조각들이다.

무등산 정상에 있는 오리나무, 소나무, 전나무, 싸리나무, 억새풀, 바위 등 온갖 세상의 만물들이 새하얀 꽃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마치 새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아름다운 산처럼 느껴진다.

주차장을 출발한지 2시간여 만에 무등산 입석대(1071m)에 도착했는데, 육각형 모형의 몇 아람이나 되어 보이는 웅장한 돌기둥이 하늘을 떠 바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온갖 나무와 풀과 바위에 피어있는 ‘상고대’는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무등산의 입석대가 없었더라면, 하늘이 무너져 우리가 살 수 있는 공간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이러한 웅장한 육각기둥은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기이한풍경이다.

필자는 육각형 모형의 돌기둥을 안아도 보고, 사진도 찍으면서 자연의 묘미를 느끼며, 이러한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광주시민이 너무 너무 부러웠다.

광주시민은 이러한 자연의 축복을 매일 받으며 살아가니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울까? 그래서 광주시민이 항상 패기에 넘치고, 끈기가 있고, 목표지향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등산 정상에 올라 광주 시내를 내려다보면서, 광주시민이 복 받은 사람들임을 다시금 느꼈다.

무등산 정상에 있는 오리나무에 핀 ‘상고대’는 마치 사슴뿔에 나있는 새하얀 부드러운 솜털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다른 나뭇가지에는 참빗처럼 상고대가 형성되었는데, 구름이 얼음알갱이로 변하여, 전에 내린 눈이 녹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상부분에는 새하얀 눈이 계속 남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소나무에도 상고대가 피어, 소나무 가지가지 마다 복스럽게 장식된 새하얀 눈꽃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케 하였다.

자연과 온갖 사물이 조화를 이루어 우리에게 이러한 아름다움을 안겨 주듯이, 우리 인간들도 인간과 인간이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으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을 한다면, 자연 못지않게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인간들도 자연과 한데 어우러져, 서로서로 따뜻함과 아름다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무등산 정상에서 강렬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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