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사고에 얽힌 인물들의 시점으로 반전에 반전 거듭 독자 눈길 사로잡아

클레어 맥킨토시 ‘너를 놓아줄게’  

‘너를 놓아줄게’(나무의철학)는 클레어 맥킨토시의 데뷔작이다.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됐고, 42주 이상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까지 영국 전역에서 50만 부가 넘게 팔렸고, 전 세계 26개국에 판권이 계약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기성작가도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잡기는 힘든 일임에도 클레어 맥킨토시는 그 일을 해냈다.

현지 언론들은 기성작가의 작품을 뛰어넘을 정도로 단순하고도 아름다운 묘사와 살아 움직이는 인물, 매순간 뒤틀리고 빗나가며 읽는 이의 예상을 뒤엎는 탄탄한 구성력을 칭찬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저자가 문학을 전공한 것이 아니라 그저 12년 동안 경찰로 근무했다는 것이다.

작가는 경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옥스퍼드에서 실제로 일어난 미해결 사건을 모티프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무엇이 사람으로 하여금 범죄를 저지르게 하고, 또 숨기게 하는지를 등장인물 각각의 시점에서 다각도로 그려냈다.

작가의 목소리는 시종일관 담담하고도 단순한데, 이런 어조는 읽는 이가 자기 존재를 잊고 등장인물에 동화돼 이야기에 빠지도록 이끈다.

소설은 제이콥 조던이라는 다섯 살 아이가 뺑소니차에 치어 숨진 사건으로 시작한다.

11월 26일 월요일 16시 28분, 경찰에게 브리스톨에 사는 한 여자로부터 전화가 한 통 온다.

거리에서 쾅 하는 굉음이 나더니 비명이 들렸고 여자가 집 밖으로 나갔을 때는 이미 모든 일이 끝나 있었다.

한 아이 어머니가 길에 쓰러져 있는 아들 위로 몸을 구부리고 있었다.

접수 6분 만에 구급차가 도착했으나 아이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집에 가려고 달려서 길을 건너던 다섯 살 아이가 뺑소니차에 치어 숨진 사건이었다.

아이가 자동차를 두려워하지 않아서 어머니는 길을 건널 때면 언제나 잊지 않고 손을 붙잡았는데 그날만큼은 예외였다.

이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닌 등장인물 각자의 정황을 드러내고 감정을 이끌어내는 수단으로 작동하며 날실과 씨실을 엮듯 에피소드 낱낱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낸다.

이 책에는 세 명의 화자가 등장한다.

첫 번째 화자는 브리스톨 경찰청의 경위 레이 스티븐스, 두 번째 화자는 젊은 조각가 제나 그레이, 세 번째 화자는 제나 그레이의 남편 이안 피터슨이다.

그들은 번갈아가며 자신의 시점에서 발화하고 그 이야기를 통해 소설 전체가 진행된다.

내면이 얽히고설킨 인물을 내세워 인간 본성의 어둡고 불편한 면을 드러내는 한편 때때로 잔인하고도 흥미로운 사건을 곳곳에 던져놓아 독자가 계속해서 책장을 넘기도록 부추긴다.

한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전개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전환을 작가만의 필치로 영리하게 그려냈다.

스릴러 소설이라면 읽는 이의 생각 밖으로 이야기를 펼치면서도 설득력과 흡인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 긴장감을 놓치는 순간, 독자와의 끈도 끊어진다.

다행히 이 책은 초입부터 눈과 마음을 사로잡으며 번번이 독자의 예상을 배신한다.

독자가 생각하는 방향을 비틀고, 결국에는 그런 구성력에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살아 움직이는 등장인물들과 단순하고도 마음을 끄는 서사에 몰입되어 읽는 내내 롤러코스터를 타듯 쉴 새 없이 감정이 오르내린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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