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도 기본적으로 의리가 있어야 한다.

흔히 정치는 적도 동지도 없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간에도 붙고 쓸개에도 붙고, 역대 수많은 정치인이 선거 당락 때문에 당적을 옮기거나 또는 한솥밥을 먹던 인사들끼리 치고 받고 싸우곤 했다.

선거에서 당선은 선이고 낙선은 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인 중에도 적과 동지를 확연히 구분하는 이가 많다.

이들의 특징은 추구하는 이념과 사상이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거부한다.

적과 동지를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은 그에 걸 맞는 목표, 목적의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물론 적의 의미는, 정치적으로 반드시 죽여야 하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 자신의 이념을 위해 맞대결해야 하는 경쟁자를 뜻한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난 뒤 ‘도전과 성공’ 신화를 쓴 이들이 부각되고 있다.

편한 길이 아닌 험난한 길을 택했고 결국 자신의 1차 목표를 달성한 이들이다.

무소속으로 당선돼 19일, 새누리당에  복당 신청을 한 대구의 유승민 당선자 그리고 전북 최초의 새정치연합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주도했던 정읍고창의 유성엽 당선자다.

지난 해 7월8일자, 본지 칼럼은 유승민과 유성엽의 도전 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당시 이들의 정치적 입지는 코너에 몰려 있었고 중앙에선 ‘아웃사이더’였다고 할 수 있다.

본인들은 특출난 능력을 가졌지만 조직의 핵심부에선 이들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했다.

그럼에도 불구 유승민-유성엽 당사자는 주변의 도움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의 힘과 역량 그리고 확고한 목표의식을 믿고 미래에 도전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를 위해 고난의 길을 걸었다.

지역민들의 탄탄한 지지는 이들의 자신감을 더 강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들은 선거 승리로 지지자들에게 보답했다.

유성엽 당선자는 문재인 당시 대표와 시종일관 대립각을 세웠다.

컷오프 등 후보 경선 방식에 대한 의문점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아무리 좋게 꾸며봐도 유성엽-문재인 조합은 어울리지 않는다.

설령 조합이 맞는다 해도 오래 가지 못했을 것이다.

유성엽 당선자는 지난 해 안철수 신당 바람이 불기 훨씬 이전에 탈당했다.

안 의원이 탈당을 고민하기 이전에 광야로 나섰다.

당시 유성엽은 “문재인 체제로는 정권교체 가능성이 낮고 공정한 후보 공천 제도가 필요하며 주요 재보선 패배에 대해 책임을 지는 지도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유성엽은 이제 3선 고지에 올라섰다.

좌고우면하지 않는 유성엽의 스타일이 향후 그의 정치적 선택 폭을 크게 넓혀 놓았다.

중앙당과 전북, 어디에서든 그는 자신이 또다시 도전하고 싶은 목표에 도전하면 된다.

유승민 당선자는 차기 대선의 유력 후보군에 안착했다.

보수의 총본산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유 당선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친위부대들과 정면으로 맞서 승리했다.

지난 해 박 대통령이 거론했던 배신의 정치 심판론은 지금도 많은 정치인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유 당선자 역시 자신의 정치신념을 꺾지 않았다.

선거에 불리할 것이라는 일반적 평가에도 불구, 후보 등록 직전까지 탈당 압박에 맞섰다.

결과적으로 유 당선자는 자신이 던진 승부수에 성공했고 이제 차기 여권의 유력주자 즉 ‘포스트 박’이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유승민과 유성엽 당선자는 대구와 전북에서 새로운 정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도전과 성공. 그리고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명확한 노선. 출신지와 정당은 다르지만, 두 당선자가 한 잔 술을 기울일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지난 날을 서로 격려하고 미래를 함께 고민하면서 말이다.

/김일현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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