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눈으로 바라본 세월호 이야기 생존학생 11명과 형제자매의 육성 기록

4·16 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세월호 참사 이후 두 번째 봄이 찾아왔다.

생존학생들은 2년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 또한 형제자매를 잃고, 어린나이에 유가족이 된 학생들은 어떤 나날을 보냈을지 감히 짐작도 안 된다.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이 써낸 ‘다시 봄이 올 거예요’(창비)는 세월호를 온몸으로 겪어낸 10대들의 이야기다.

생존한 단원고 학생 11명과 형제자매를 잃은 15명이 2년여의 삶을 털어놓았다.

어디에도 말하지 못했던 속내를 담아냈기에, 마음이 아려온다.

‘나만 살아나왔다’라는 자책감, ‘엄마아빠도 힘든데 나까지’라는 지레짐작으로 그들은 선뜻 속내를 털어놓지 못했다.

대화상대를 찾지 못해 묻어두었지만 말하고 싶었고 결국 입을 열게 된 10대들의 이야기는 그것 자체로 많은 울림을 준다.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은 서울과 안산을 수십 차례 오가며 세월호 가족과 형제자매, 단원고 생존학생을 만나 그들과의 인터뷰를 수백분 분량의 녹음파일로 담아냈다.

이 책에 실린 스물여섯 편의 인터뷰는 참사 당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건 당사자’의 구술이자 진상규명활동에서 조연으로만 등장해온 ‘어린 유가족’의 또 다른 선언이다.

이 책은 10대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세월호 참사가 있다면 10대의 눈으로 바라본 세월호 참사는 또 다르다.

작가단은 ‘아이들아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기성세대가 왜 여전히 어린 존재들의 의견을 묵살하는지 의문을 품은 데에서 집필을 시작했다고 밝힌다.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은 지켜줄 권한을 가진 어른들에게만 허용된 특권의 감정은 아닐 것이다.

“힘든 걸 말씀드리진 못했어요. 엄마아빠 앞에서 울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걸리는 거… 참 많은데… 걔 수학여행 가는 날 아침에 제 겉옷이 하나 있는데, 빌려달라고 빌려달라고 하는데 안 빌려줬거든요. 그걸… 계속 그걸… 빌려줄 걸, 그 생각이… 근데 이런 얘기, 다른 사람이랑은 딱히 안 해요.” “엄마에 대한 믿음은 더 깊어진 것 같아요. 엄마아빠가 하는 걸 봤잖아요.” “추모제 때 사람들도 진짜 많이 왔었어요. 저희가 애들 학교생활 했던 거 찾아서 영상 만들었거든요. 그 아이들 생각을. 그 자리를 우리가 만들었다는 게… 너무 벅찬 거예요.” “제가 사고 이후에 양말을 모아요. 윤민이가 알록달록한 양말을 사던 게 기억나서 이것저것 샀어요. 윤민이한테 해줄 수 있는 선물? ‘100개 모이면 윤민이 이름으로 기부하자.’”

생존학생과 형제자매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사람으로 커나가야 할까라는 질문에 그들 스스로 내리는 답이 한편으로는 뭉클하게, 다른 한편으로는 뿌듯하게 다가온다.

‘학생’ ‘자식’ ‘어린 피해자’로만 살아온 책 속의 10대들은 참사 이후 각자의 시간을 겪어냈다.

자신의 기억과 타인의 망각과 싸웠으며, 자신이 무뎌지길 바라면서도 또다시 그 무뎌짐을 미안해했다.

휴대전화의 이름을 지우기도 했고, 그 곳에 다른 이의 이름을 채우기도 했다.

그 시간들을 겪어내며 이들은 절망하기도 했고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기도 했다.

세월호 이후 2년, 이처럼 그들의 관계는 크고 작게 변화해왔다.

잃어버린 친구를 애도하며 자신의 우정을 되새겨보기도 하고, 다시 누군가를 새롭게 만나야 했다.

가족 안에서는 자신의 달라진 역할을 실감하며 이제는 누군가를 돌봐야 하기도 했다.

관계의 변화는 그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기대와 불안과 겹치면서, 그들의 미래도 새롭게 쓰여 지고 있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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