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면서 진전된 것으로 평가

북한이 지난 23일 동해상에서 실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북한명 '북극성-1') 시험발사는 작년 12월 시험발사에 비해 여러 면에서 진전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북한이 SLBM 개발에 집중적으로 힘을 쏟고 있다는 신호로, 이르면 2∼3년 안에 북한의 SLBM 실전배치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작년 12월보다 기술 개선 = 조선중앙통신은 24일 이번 SLBM 시험발사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참관 아래 진행됐으며 '대성공'을 거뒀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SLBM이 화염을 뿜으며 해수면 위로 솟아오르는 사진을 포함해 여러 장의 시험발사 사진을 게재했다.

북한은 이번에 배수량 2천t의 신포급 잠수함을 바다로 내보내 SLBM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에는 시험발사를 마친 것으로 보이는 잠수함이 귀환하는 장면과 김 제1위원장이 박수를 치며 승조원들을 격려하는 장면이 담겼다.

노동신문은 물속 잠수함 발사관에서 SLBM이 빠져나오는 장면도 사진으로 공개했다.

북한의 이같은 사진 공개는 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음을 과시하려는 것임은 물론이다.

북한의 작년 12월 SLBM 시험발사만 해도 잠수함이 아니라 물에 잠긴 바지선에서 진행된 것으로 관측됐다.

북한은 같은 해 11월 SLBM 시험발사 때는 신포급 잠수함을 투입했으나 SLBM이 발사관을 제대로 빠져나오지 못해 잠수함 선체가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잠수함은 이달 초에야 수리를 모두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통신은 이번 SLBM 시험발사에서 '최대 발사심도에서의 탄도탄 랭발사체계 안정성'을 검증했다고 보도했다.

신포급 잠수함이 최대한 깊은 곳에서 SLBM을 쐈다는 얘기다.

군사전문가들은 잠수함이 수심 20∼30m에서 SLBM 시험발사에 성공할 때 유의미한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신포급 잠수함이 겨우 2천t급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10여m 깊이에서 SLBM을 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통신이 언급한 '탄도탄 랭발사체계'는 발사관을 빠져나온 SLBM이 가스 압력을 받아 수면으로 떠오른 다음 점화돼 공중으로 치솟도록 하는 '콜드 런치'(Cold Launch) 기술을 가리킨다.

북한은 작년 12월 SLBM 시험발사에서도 이 기술을 선보였다.

중앙통신은 이번 SLBM 시험발사에서 '새로 개발한 대출력 고체 발동기를 리용한 탄도탄의 수직비행체제에서의 비행동력학적 특성'도 검증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쏜 SLBM에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고출력 고체로켓 엔진 지상 분사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노동신문이 공개한 SLBM 시험발사 사진의 불꽃 색이 과거와는 다른 점을 토대로 북한이 이번에 실제로 고체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체연료를 사용할 경우 수중에서 잠수함이 다소 흔들려도 SLBM을 안정적으로 발사할 수 있게 된다.

노동신문이 이날 공개한 사진 속 SLBM은 해수면에서 거의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다.

작년 5월 시험발사 때만 해도 SLBM은 해수면과 74도로 상승했지만 같은 해 12월에는 거의 수직으로 치솟아 수중사출 기술이 진전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 SLBM '비행시험' 단계 진입 = 우리 군은 북한이 SLBM 수중 사출시험 단계를 넘어 초기 비행시험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SLBM은 보통 지상 사출시험, 수중 사출시험, 비행시험에 이어 잠수함에서 유도장치를 탑재한 SLBM을 쏴 목표물에 맞히는 시험발사를 거쳐 실전배치된다.

북한이 비행시험 단계에 진입했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아직 여러 차례의 비행시험을 거쳐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이번에 쏜 SLBM은 약 30㎞를 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SLBM의 최소 사거리인 300㎞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이번 시험발사는 실패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SLBM의 비행 거리가 300㎞는 돼야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을 포함해 미사일의 정상적인 능력 발휘를 위한 다양한 지표들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SLBM 기술이 날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이 작년 5월 SLBM 수중 사출시험을 처음 공개했을 때만 해도 북한의 SLBM 실전배치에는 4∼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현재 SLBM 기술 수준을 볼 때 2∼3년 안으로 실전배치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북한이 SLBM 개발에 인적•물적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말이다.

북한은 핵실험으로 핵 능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핵투발 수단인 각종 미사일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는데 SLBM은 가장 위협적인 핵투발 수단이 될 수 있다.

깊은 바다에서 은밀하게 기동하는 잠수함이 쏴올리는 SLBM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우리 군은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와 대북 선제타격을 포함하는 '킬체인' 구축으로 북한의 SLBM 공격을 막는다는 입장이지만 KAMD와 킬체인은 7년 뒤인 2023년에야 구축된다.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에 배치할 계획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를 동해안 북부 지역에서 운용할 경우 SLBM도 탐지•요격할 수 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지만 전문가들은 사드도 SLBM 방어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SLBM을 탑재한 북한의 잠수함을 실시간으로 무한정 추적할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북한 잠수함이 SLBM을 쏘기 전에 물 속에서 격침시킬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는 것이 북한의 SLBM 위협에 대한 최상의 방어책"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