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8일 무수단(BM-25)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를 시도했으나 또 실패한 것으로 분석돼 사거리 3천㎞ 이상의 중거리 미사일 기술이 취약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무수단 미사일(사거리 3천~4천㎞)은 불과 수초 만에 사라져 해안가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동식 발사대가 장착된 발사 차량(TEL)에서 미사일이 발사되어 500여m 상공에 도달하면 레이더에 포착되는 데 전혀 항적이 나타나지 않아 해안가에 추락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이번에 실패한 무수단 미사일은 2007년 실전 배치된 이후 처음으로 발사했던 지난 15일 상황과 거의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무수단 미사일은 발사 수초 만에 비행자세도 제대로 잡지 못한 상태에서 공중 폭발한 것으로 추정됐다.

외국 언론은 지상의 발사 차량과 인명에 피해가 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첫 발사 뒤 나름대로 실패 원인을 분석하는 작업을 거쳐 재발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무수단 미사일의 실패 원인에 대해 군의 한 관계자는 "지난번에 실패하고 난 뒤에 충분히 보완해서 발사할 것으로 판단했는데 단기간 내 무리하게 재발사를 시도한 것이 아닌가 분석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첫 발사에 실패한 북한이 구겨진 체면을 만회하려고 충분한 기술적 보완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무리하게 발사를 시도하다가 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북한이 첫 발사에 실패한 이후 13일 만에 서둘러 재발사에 나선 것은 실패 원인을 찾고 충분한 보완 조치를 취했다고 보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이런 무리수를 둔 것은 내달 6일로 예정된 노동당 7차 당 대회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당 대회 이전에 발사를 성공해 축제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미사일 기술자들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재촉에 따라 충분한 보완 없이 발사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무수단 미사일이 두 번이나 제대로 자세를 잡기도 전에 폭발 또는 추락한 점에 비춰 엔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엔진에는 연료통으로 연결되는 여러 노즐이 있는데 이 중 하나에서 결함이 발생하면서 연료나 산화제가 유출되어 분사구 불꽃과 만나 연료탱크가 폭발하게 된다.

이춘근 과학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수단 미사일은 연료와 산화제가 만나면 자동으로 점화되는 시스템이어서 누출이 일어나면 곧바로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슷한 형태의 실패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기존 탄두를 제거하고 소형화된 핵탄두 기폭장치를 넣어 발사하면서 엔진에 무리가 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무수단 미사일은 러시아제 R-27(SS-N-6) 미사일을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엔진도 동일하다.

다만 R-27보다 큰 연료탱크를 장착해 사거리를 3천~4천㎞로 늘렸다.

무수단 미사일은 실전 배치된 지 10년 가까이 됐지만 두 번이나 발사 실패를 하면서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재진입하는 기술을 갖췄는지는 여전히 검증되지 않고 있다.

사거리 3천㎞ 이상이면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재진입하는 형태로 비행한다.

재진입체 기술은 미사일 탄두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압력과 고열을 견딜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거리 3천00㎞ 이상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하는 데 있어 핵심 기술로 꼽힌다.

북한은 이번 발사를 통해 무수단 미사일의 재진입과 핵탄두 기폭장치 정상 폭발 등을 검증하려 했던 것으로 분석되지만, 결과적으로 또 체면을 구기게 됐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실전배치했다고 주장하고 실제 부대도 운용해 왔지만 성능에 대해선 검증되지 않았다고 봤다"면서 "이번 시험발사를 통해 능력을 확인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무수단 미사일의 탄두는 뾰족한 삼각뿔 형태가 아닌 둥글게 제작되어 대기권 재진입시 공기 저항으로 속도가 느려져 그만큼 요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13일 만에 연달아 두 차례나 무수단 미사일 발사에 실패함으로써 체면을 구긴 김정은 제 1위원장이 7차 당대회 전에 핵실험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북한은 5차 핵실험 준비를 완료했으며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시만 남겨둔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당 대회 전에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지만 중국의 독자 제재 등 5차 핵실험 시 감수해야 할 정치적 부담이 커 실제 감행할 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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