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감독 신작 윤여정-김고은 주연 제주도 배경 따뜻한 가족 영화 캐스팅에 선입견 배우 이미지 변신 설득보단 공감 얻으려 변별력 확보 윤여정 어머니 생각에 촬영내내 슬퍼

배우 윤여정(69)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윤여정은 2일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열린 '계춘할망' 시사회 직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엄마가 아흔세 살이신데 수술을 받고서 현재 실버타운에 계신다"면서 "원래 내가 모시다가 1년 전쯤 헤어졌는데, 영화에 나온 내 늙은 모습이 엄마를 보는 것 같아서 영화를 보는 내내 착잡했다"고 눈물을 훔쳤다.

이어 "이 영화 촬영 당시였던 그때 많이 슬펐다"며 "이 영화를 끝까지 찍을 수 있을까 생각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간간이 유머를 섞어가며 당당하고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던 윤여정은 간담회가 끝날 무렵 관련 질문을 받고 무너졌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그는 끝 인사도 하지 못했다.

5월 가정의 달을 겨냥해 오는 19일 개봉하는 '계춘할망'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따뜻한 가족 드라마를 표방한 영화다.

12년 만에 잃어버린 손녀를 기적적으로 찾은 해녀 계춘(윤여정)은 손녀 혜지(김고은)와 예전처럼 단둘이 제주도 집에 살면서 서로에게 적응해간다.

그러나 종일 손녀만을 생각하는 계춘과 달리, 혜지는 도통 그 속을 알 수 없는 행동을 한다.

어딘가 수상한 혜지에 대해 마을 사람들의 의심은 커지고, 혜지는 서울로 미술경연대회를 갔다가 사라진다.

영화는 범죄, 스릴러, 액션 등의 장르영화가 강세를 보이는 최근 극장가에서 따뜻한 감동과 유쾌한 웃음을 코드로 하면서도 신선함과 강점을 지녔다.

윤여정은 그간 도시적이고 세련된 모습에서 벗어나 손녀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보여주는 할머니로 분해 친근하고 내공 있는 연기를 펼친다.

'은교', '차이나타운', '협녀, 칼의 기억' 등 작품마다 강렬한 캐릭터를 맡았던 김고은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연기도 이전과는 다른 볼거리다.

김고은은 "스무 살 때부터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어 이번 배역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면서 "할머니에게 선물하고 싶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전작에서 악역을 많이 맡아 이미지가 강렬한 배우 김희원은 계춘 할머니를 가족처럼 챙기며 진심으로 걱정하는 이웃사촌으로, 감독 겸 배우 양익준은 혜지의 미술 지도를 하는 배역을 맡아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사: 피의 중간고사'(2008), '표적'(2014), '치명도수:RESET'(2015)을 연출한 창 감독의 신작이다.

창 감독은 "캐스팅에 '반대말'을 적용하고 싶었다"며 "관객들이 선입견을 품은 배우들의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관객을 설득시키기보다 공감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며 "감독의 권위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과 캐릭터에 대해 많이 의논하면서 영화의 변별력을 확보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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