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업무 전문적으로 하는곳 드물어 작품선정-예산-홍보등 다양한 업무 진행

▲ 정성구 전주시립극단 기획실장

무대 뒤 사람들 21.

정성구 전주시립극단 기획실장

하나의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어떤 공연을 할 것인지가 정해져야 하고 그에 맞는 예산도 세워져야 한다. 또한 많은 이들이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도 필수다. 이처럼 공연의 행정적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이 바로 기획파트다. /편집자주  


전주에는 다양한 극단이 존재하고 있지만 기획업무를 전문적으로 하는 곳은 드물다. 인프라가 부족하기도 하고 재정도 넉넉지 못해 기획업무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대게는 기획자가 배우, 조연출, 스태프 등 다른 업무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중 전주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주시립극단은 기획업무를 독립적,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정성구 전주시립극단 기획실장은 입사 5년차다.

보통 기획팀은 공연선정부터 공연의 추진과정의 모든 권한을 갖고 있지만 시립극단은 연출자와 협업한다.

전주시립극단은 보통 9월이나 10월께 내년도 연간공연계획을 세운다. 이때 어떤 공연을 무대에 올릴지 선정하게 되는데 이때 기획자와 연출자가 같이 논의하게 된다.

“대중적인 공연을 할 것인지, 시민들이 흔히 접하지 못하는 공연들을 할지 다양한 의견이 오가요.”

시립극단은 보통 대작들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가급적이면 극단 소속 배우들이 전부 출연하도록 배려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극단의 고민이 있다. 시에서 배우들을 평가하는데 평가에 따라 처우가 달라진다. 따라서 배우들이 동등한 평가를 받게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주는 것이다.

“극단에서의 고민이 있어요. 최대한 많은 배우들을 출연시키고, 고전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명작을 무대에 올리는데 관객들은 어렵게 느끼거든요. ‘시립극단 공연은 어려워’라는 고정관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요즘은 대중적인 공연을 많이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작품선정을 했다면 기획팀은 예산을 세워야 한다. 무대 세트, 의상, 조명, 홍보비용 등을 배분해야 한다. 작품에 따라 편차가 크기 때문에 기획팀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예산을 세웠다면 홍보업무가 시작된다.

리플릿 제작을 위한 배우 촬영, 디자인 업무를 진행하고 제작이 완료되면 본격적인 공연 알리기에 나선다. 요즘은 홈페이지보다 SNS 홍보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옥외 전단지 홍보도 기획팀 몫이다.

상가와 커피숍 등지를 다니며 리플릿을 전달해 다양한 사람들이 공연을 접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외에도 동호회와 학교 등을 직접 찾아가 단체 할인 혜택 등을 소개하며 공연을 알린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업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요. 힘들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다음 공연 계획을 세울 때 참고할 만한 것들도 많아 재밌어요. 배우는 것도 많고요.”

공연이 마무리 됐다면 정산업무와 작품 품평회를 연다. 품평회에는 극단의 모든 단원들이 참여한다. 이번 무대에서의 보완점은 무엇인지, 관객 타겟팅은 잘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견들을 모은다.

“최근 정기공연으로 <벚꽃동산>을 무대에 올렸어요. 근대문학 작품이다 보니 당시 타켓팅은 학생들이었어요. 다행히 학생들이 많이 찾아줬죠. 아쉬운 점은 관객들이 사전에 이 작품에 대해 알지 못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는 거였죠.”

기획팀은 품평회에 나온 의견들을 수집해 다음 계획안에 반영한다. 이처럼 공연 기획자는 공연선정부터 관객 모객, 평가까지 공연의 전 과정을 총괄한다.

“간혹 공연자들이 관객과의 소통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어요. 공연에서 관객이 없다면 공연은 열릴 수 없어요. 기획자들이 관객과의 소통을 총괄하는 사람들임을 알아줬으면 해요.”

정성구 실장이 인터뷰 내내 가장 강조한 것은 대중성이었다. 현재 전북에서만 무용, 콘서트, 뮤지컬, 창극, 국악 등 다양한 공연들이 매주 열리고 있다. 사람들의 선택 폭이 넓어진 만큼 연극 장르의 경쟁력 확보가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극단 회원으로 등록된 인원이 예전에는 100명이 넘었는데 지금은 그 절반도 미치지 못해요.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재밌는 무대를 올려야 하는 것이 제 임무 같아요. 좋은 작품을 무대에 올려 관객들이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목표이고, 앞으로 할 일이죠.”

정 기획실장은 다음 공연의 홍보도 잊지 않았다. 내달 17일부터 18일까지 덕진예술회관에서 시립극단 107회 정기공연으로 코믹 가족극 <모자를 바꿔라>가 무대에 올려 진다.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유쾌한 작품이에요. 조기 예매하면 50% 할인 혜택까지 있으니 많이 찾아주세요.”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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