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사찰 등 10년간 답사 진행 다리에 얽힌 역사-문학등 의미 풀어내

한국의 다리 풍경

이종근 작가 새전북신문 문화교육부 부국장

우리가 흔히 느끼는 다리는 어떤 느낌일까. 고즈넉함, 징검다리, 거대함, 개울물, 두려움, 정겨움 등 무궁무진할 것이다.

이종근의 <한국의 다리 풍경>(채륜서)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게 되는 다리에 초점을 맞췄다.

섶다리, 돌다리, 사찰의 홍예(무지개 다리), 구름다리(현수교), 군산의 부잔교, 정조의 배다리(주교) 등 우리나라의 모든 다리가 그 대상이다.

궁궐, 사찰, 일상에 가까이 있는 다리, 한국전쟁이 남긴 다리, 문화재로 지정된 다리, 답교놀이까지 총망라된 다리를 만날 수 있다.

이종근 작가는 <우리 동네 꽃담>, <한국의 옛집과 꽃담>을 잇따라 펴내면서 꽃담의 소담스러운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데 일조했었다.

이후 작가가 주목한 것은 ‘다리’다.

<이 땅의 다리 산책>에 이어 <한국의 다리 풍경>은 우리가 흔하게 만나는 다리를 새삼스럽게 주목하게 만든다.

일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이종근 작가의 매력이다.

이종근 작가는 새전북신문 문화교육부 부국장이기도 하다.

오랜 기자경력을 통해 쌓인 내공은 책 속에서 빛을 발한다.

바로 취재력이다.

이 책을 발간하기 위해 무려 10년의 답사를 진행했다는 작가는 인내심과 끈기도 갖췄다.

다리를 통해 역사, 문화, 민속, 회화, 문학 등을 다방면으로 취재했다.

이를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시각을 담아내 책에서 소개된 다리를 꼭 한 번 찾아가고 싶게 만든다.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는 말을 곱씹어 유래를 찾아낸 것도 읽을거리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아이를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는 말을 종종 한다.

아이가 “난 어떻게 태어났어?”라는 질문에 적당한 답이 떠오르지 않을 때, 아이가 말을 들을 듣지 않을 때 종종 하는 말이다.

그 대답을 듣는 아이는 이내 울음보를 터트린다.

이런 설화가 경북 영주시 순흥면 청다리에 숨겨있다.

그저 옛날부터 전해온 이야기로 치부했던 말이 실제 다리에 얽힌 설화가 있다니 놀랍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다리에 숨겨져 있는 의미를 찾는 재미도 있다.

진천의 농다리는 별자리를 건너면서 희망을 생각하는 의미가 담겨있단다.

돌 조형물이 있는 다리 대부분은 용이 장식돼 있으며, 무섬, 소쇄원, 개심사의 외나무다리는 양보하는 미덕을 알려주고, 낙안읍성 평석교는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가 우리지역 미륵사지에 남아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미륵사지 강당지와 북승방지를 오가던 건물의 교각 역할을 하던 돌기둥이 바로 가장 오래된 다리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미륵사지 다리 유구를 조사하며,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태가 목격된 것이다.

<한국의 다리 풍경>은 한국의 역사, 문화, 민속, 회화, 문학을 ‘다리’라는 소재를 통해 일러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소나기마을의 징검다리에서 첫사랑의 그녀를 떠올리고, 정월대보름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다리를 건너며 올 한해도 365일 좋은 날이 되기를 바라고,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콘크리트 다리에서 애국지사 김영상을 떠올리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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