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이자 낮추고 수수료↑ 대우조선해양은 정상분류

기업에 빌려준 채무로 '충당금 폭탄'을 맞은 은행들이 빚 부담을 국민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예금 이자율을 낮추고 수수료를 높이면서다.

가계는 어려운 살림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저 수준의 연체율을 보이며 빚을 성실하게 갚아나가고 있지만, 은행의 방만한 경영과 허술한 당국의 감독 탓에 애꿎은 국민만 피해를 보는 구조다.

게다가 앞으로 엄청나게 들어갈 은행권의 기업구조조정 자금은 국민의 혈세로 충당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빚에 허덕이는 일반 국민은 이제 기업 부채까지 안고 가게 됐다.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작년말 1천200조원 선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 은행들 가계대출서 돈 벌고, 기업대출서 까먹고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대기업 여신 잔액 436조7천830억원 중 17조6천945억원(4.05%)이 고정이하여신이다.

작년 한 해에만 7조3천312억원 늘었다.

이러한 부실채권 규모는 관련 통계를 알 수 있는 지난 2008년 이후 최대 규모이며 연간 증가 폭으로도 최대다.

반면 가계여신은 대기업 여신보다 훨씬 큰 폭으로 늘었지만, 부실채권 규모는 되레 줄었다.

가계여신도 대기업 여신의 6배가 넘는 44조6천270억원이 증가했지만, 부실채권은 6천125억원 감소했다.

가계에서 돈을 벌고, 기업에서 까먹는 이런 경향은 연체율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 등 5대 은행의 작년 가계대출 연체율은 0.19~0.49% 수준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반면 농협은행의 작년 대기업 연체율은 2014년 대비 1.06%포인트, 신한은행은 0.55%포인트 높아져 금융위기 후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2013년보다 0.83%포인트 급락하며 2014년 0.76%까지 떨어졌던 우리은행[000030]의 대기업 연체율도 1년 만에 0.28%포인트 반등, 다시 1%대로 올라섰다.

대기업을 포함한 KEB하나은행의 기업 대출 연체율도 전년보다 0.27%포인트 높아졌다.
 

◇ 개인 고객에게만 '갑질'하는 은행들…기업에는 '눈치'       개인 고객, 특히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개인 고객들은 은행과의 거래에서 '을' 신세를 벗어나기 어렵다.

이벤트 업체를 운영하는 A씨(37)는 최근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으려고 은행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올해 초만 해도 신용대출을 위해 한도를 조회해 보면 전체 대출 한도가 7천만원이었는데 지금은 6천500만원으로 10% 가까이 줄어들어서다.

올해 초와 비교해 A씨의 소득이나 신용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은행에서는 "최근 들어 여신 심사가 강화되고 있다"며 "더 빌리고 싶으면 일부를 원리금 균등상환 방식으로 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한도 내에서 사업자금을 대출할 수 있었지만, 돈이 더 필요했으면 카드론이나 2금융권을 알아봐야 할 상황이었다.

A씨는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실제 경험해 보니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깐깐해진 대출심사 때문에 '대출 난민'이 되기도 한다.

강화된 주택담보대출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서 많은 사람이 원리금을 한꺼번에 상환하느라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은행은 이처럼 개인에 대해서는 깐깐하지만 기업에는 느슨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3년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대지 못한 대우조선해양[042660]의 여신은 '정상'으로 분류했다.

그동안 빚을 내 은행 이자를 낸 이 기업은 '수주 절벽'에 처해 앞으로의 사업 전망도 매우 어두운 상황이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좀비기업이라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은행 이자를 정상적으로 내는 데다가 주채권은행이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기에 우리만 낮출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의 자산 건전성 분류업무 해설 자료를 보면 "은행은 보유여신에 대해 미래의 손실액을 추정하고, 이런 추정액만큼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함으로써 보유자산의 건전성을 보다 정확하게 표시"하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의 건전성을 감독해야 할 당국은 작금의 위기를 초래하는 데 기여하거나 적어도 방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은행 뒤에 숨어 뒷짐 진 '안일한' 금융당국     

A은행은 작년부터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내부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정상'인 여신을 한 단계 낮은 '요주의'로 낮추기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등급을 낮추려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문의하면 '여신등급을 내리지 말아달라, 기다려 달라'는 답변만 받았다.

등급을 내리게 되면 거액의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작년 10월 4조2천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지원하며 대우조선을 살리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A은행은 대우조선에 대한 신용등급을 결국 '정상'으로 유지했다.

그러나 조만간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때로는 당국이 전면에 나서기도 한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최근 우리•KEB하나•농협은행장들을 초청해 당국과 채권은행 간의 정보 교류를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조선사들이 주채권은행에 자구계획안을 내고 있는데 서로 기업 정보를 공유하자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채권은행과 시장은 산업은행 주도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채권은행들이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금감원이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여신등급을 낮춘 '돌출행동'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3월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여신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낮췄다.

국민은행은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에 1천50억원 상당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 수익 악화되자 수수료 인상, 예금금리 인하      충

당금 적립과 순이자 마진 저하로 수익성이 악화한 은행들은 송금과 자동화기기 이용 요금 등 각종 수수료를 올리며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 즉 국민이 본다.

우선 신한은행이 지난 2월 송금 수수료의 일부를 올리며 '수수료 인상'의 포문을 열었다.

KEB하나은행과 씨티, SC제일은행이 뒤따랐다.

하나은행은 지난 13일부터 자동화기기를 이용한 타행 송금 수수료를 100~200원 올렸다.

씨티와 SC제일은행도 수수료를 올렸다.

KB국민은행은 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 아예 수수료 인상이라는 '돛'을 활짝 폈다.

내달 1일부터 거의 모든 수수료를 큰 폭으로 올린다.

타행 송금 수수료를 최대 1천500원 올리는 것을 비롯해 통장•증서 재발급이나 각종 증명서 발급 수수료, 명의 변경 수수료 등을 일제히 올린다.

자동화기기 수수료와 지금까지 수수료를 받지 않던 인터넷이나 모바일 해외 송금에도 3천~5천원의 수수료를 물린다.

수신금리도 낮추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3월 수신금리를 최대 0.1%포인트 인하했으며 외국계 시중은행인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도 수신금리를 일부 내렸다.

      KEB하나은행도 지난달 '나라지킴이 적금'의 특약을 변경하며 수신금리를 1.5%포인트까지 낮췄다.

우리은행은 계좌이동제를 대비해 만든 '우리웰리치 적금'의 수신금리마저 0.3%포인트 내렸다.

      작년 은행권의 수수료 수익은 7조451억원으로, 지난 2012년 이후 3년 만에 7조원을 넘었다.

      올해는 역대 최고치인 2011년의 수수료 수익(7조3천300억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기업 부문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개인 부문에서 손해를 메울 수 있게 해주는 관치가 가장 큰 문제"라며 "당국의 묵인하에 은행이 수수료 인상 등으로 기업 부문 손실을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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