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대망론' 복선 관측

▲ 29일 오후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한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관광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방한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9일 안동 하회마을 방문해 두 가지 의미 있는 행보를 선보였다.

임기왜란 당시 재상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한 서애(西厓) 류성룡 선생의 고택을 방문해 "서애 선생의 조국사랑과 투철한 사명감을 기리자"고 방명록에 서명하고, '나무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주목(朱木)을 기념식수했다.

류성룡 선생의 고택인 충효당을 찾은 반 총장은 경북도청과 하회마을 측에서 준비한 주목을 기념식수했다.

류왕근 하회마을 보존회 이사장은 "반기문 총장님의 건승을 기원하면서 하회마을 주민의 마음과 뜻을 모아 주목을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목은 나무 중의 제왕으로 4계절 내내 푸름을 유지하는 장수목이자 으뜸목"이라는 류 이사장의 설명처럼 반 총장의 주목 기념 식수는 '반기문 대망론'과 맞물려 정치권 안팎의 관심을 끌었다.

반 총장의 방명록 글도 시선을 모았다.

반 총장은 "우리 민족이 살신성인의 귀감이 되신 서애 류성룡 선생님의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투철한 사명감을 우리 모두 기려나가기를 빈다"는 글을 남겼다.

반 총장은 취재진에게도 "서애 선생은 조선 중기 재상을 하시면서 아주 투철한 조국 사랑 마음을 가지시고, 어려운 국난을 헤쳐오신 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 총장이 서애 선생의 리더십을 강조함으로써 올해 말 유엔사무총장 종료 후 한국에서 선보일 '대권 행보'를 우회적으로 연상시킨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반 총장은 지난 25일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사실 국가(한국)가 너무 분열돼 있다"면서 "누군가 대통합을 선언하고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며 지도자상을 밝힌 바 있다.

물론 반 총장은 서애 선생에 대한 언급이 대권도전을 시사한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허 허" 헛웃음만 지은 채 답변을 피했다.

서애 선생은 임진왜란 6년 7개월 중 만 5년을 정무•군직 겸직의 전시수상(영의정)과 4도 도체찰사(都體察使)직을 역임한 명재상이다.

임진왜란 전에 이순신과 권율을 발탁해 전쟁에 대비하도록 했고, 전쟁 중에는 명나라 원군을 끌어들여 조선 '외교•안보' 아이콘으로 꼽힌다.

임진왜란을 기록한 징비록을 남겼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하회마을을 방문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행보를 볼 수 있지만 당장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해석이 나온다.

충청권 출신인 반 총장이 향후 대권 도전에 나설때 대구•경북(TK) 세력과 연대를 염두에 두고 이번 방한 중 TK 지역을 찾았다는 분석이다.

반 총장이 하회마을에서 자신을 맞았던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함께 하회마을 방문 후 곧바로 경북도청을 찾은 점도 '충청+TK' 연대론과 관련한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반 총장은 경북도청을 찾아 방명록에 "역사와 문화의 전당 경북도청 개청을 축하드리며, 300만 도민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드린다"고 적었다.

또 꿋꿋한 기개와 의지를 상징한다는 적송을 기념식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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