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현

/정치부장

19대, 가까운 국회의원들에게 충고 아닌 주문을 했었다.

선배 의원을 형으로 부르지 말라고 말이다.

19대 국회는 겉으로 보기에는 의원들간에 끈끈한 유대 관계가 형성됐다.

11명 국회의원들은 나이를 따져서, 한 살이라도, 하루라도 빨리 세상에 나온 이를 형으로 그리고 늦은 이는 동생, 아우로 부르기로 했다.

탄탄한 팀웍을 만들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더욱이 형-아우 호칭은 연대감을 높여줄 수도 있다.

이처럼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반대로 국회 선량들이 형-동생을 해도 되는가 하는 ‘자그마한’ 우려를 지울 수 없었다.

형-아우 호칭은 19대 국회에서 통용됐다.

18대 국회까지는 쟁쟁한 정치인들이 많은데다 서로가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태여서 형-동생 호칭은 아예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다 19대 국회에서 새로운 정치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형-아우를 무리없이 잘 호칭하는 의원도 있었고 조금 조심스러워 하는 의원도 있었다.

형-동생 호칭의 좋은 관계가 처음 의도한 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전북 정치가 놓여있는 현실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초선 위주의 국회가 형성되다보니 전북 내 경쟁체제가 갖춰지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의원들이 서로 경쟁을 해야 지역 발전이 앞당겨질 수 있다.

따라서 형-동생 관계는 경쟁보다는 유대감 또는 동질성을 중요시하는 분위기로 이어지게 되고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

정치는 경쟁이다.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선거뿐만 아니라 중앙 선거에도 도전해야 한다.

중앙당의 원내대표, 최고위원 선거 그리고 지역 도당 위원장 등 의원들이 경쟁해야 하는 선거가 매우 많다.

내용적으로 보면 전북 정치권에 형-동생 문화가 형성됐지만 주요 선거 결과 전북의 팀웍은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했다.

최고위원 선거에 도전했던 유성엽 의원은 전북에서 생각보다 낮은 득표율에 그치면서 분루를 삼켰다.

전북에서 적극 지원했다면 충분히 최고위원이 될 수 있었지만 의원들의 표심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흩어졌다.

19대 국회의 전북도당 위원장 선거가 그나마 전북 정치력을 강화시켜 준 계기가 됐다.

위원장 선거에서 의원들은 격하게 맞붙었다.

의원들과 당원들의 쏠림 현상이 엇갈리면서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도당 위원장 선거를 전후해 의원들간 언쟁이 심해졌고 볼썽사나운 모습도 연출됐다.

그러나 어떻든 경쟁의 문화는 전북 정치력 강화에 도움이 됐다.

사석에서 형-동생을 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북의 대표인 선량들이 형, 아우하는 것은 도민과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다.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치열한 경선 또는 본선을 거쳐 각자의 선거구내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

4년 간 지역 발전을 책임지라는 중차대한 역할을 부여받은 것이다.

전북은 낙후 지역의 대명사로 불려왔다.

전북이 잘 살기 위해서는 의원들이 형-아우의 유대관계보다는 국회의원이 주는 무게감, 책임감을 확실히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국회는 의원 개개인이 독립된 헌법기관이자, 지역구의 대표다.

20대 국회에선 서로가 서로를 ‘00의원’으로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금뱃지의 무거움, 호칭의 무게감이 있어야 의정활동에 대한 책임감도 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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