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찬

/전주교육대학교 전 총장

5월 초 제자들과 함께 17번 국도를 따라, 전주-남원-순천-벌교-고흥군 팔영산으로 9시가 조금 넘어서 전주를 출발해 가는 도중에 점심을 먹고 오후 2시쯤 팔영산에 도착했다.

17번 국도 변에 늘어 서있는 나무들은 연록의 옷으로 갈아입고 팔영산으로 달리는 우리들을 환영해 주는 것 같았다.

짙은 초록의 소나무와 연하고 부드러운 옷으로 갈아입은 단풍나무, 플라타너스, 밤나무 등 연록의 잎들이 때 맞춰 불어오는 바람결에 너울너울 춤을 추니 그 부드러움이 필자의 시선을 유혹하기에 충분했고, 이곳 저곳에는 진한 분홍빛을 발하며 피어 있는 철쭉꽃이 흡사 비단에 놓은 자수와도 같이 느껴졌다.

남원을 지나다 보니 17번 국도 변에는 철쭉꽃이 진한 분홍색으로 화사하게 피어 필자를 보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았고, 연록의 잎들은 꽃 사이사이에 끼어서 푸르름을 돋보이게 하며, 꽃잎 5장, 수술 9개의 구조로 되어있는 철쭉꽃의 화사함에 매료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3월 하순경에 노오란 물결로 넘실대던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 마을이 오늘은 연록의 잎으로 옷을 곱게 갈아입어 한달 전의 풍경을 생각해 볼 때 전혀 다른 상황을 연출하고 있었다.

전주를 출발한지 2시간 여만에 도착한 순천의 강변로를 달릴 때의 느낌은 남원 광한루 앞에 잘 조성된 천변 풍경처럼 순천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물과 주변환경, 특히 팔각정이 세워진 낮은 야산과 강물이 원앙처럼 잘 어울려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순천-목포간 2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보니, 낙안읍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민속축제를 알리는 프랑카드가 붙어 있어 눈길을 끌었으며, 도로변에 피어있는 노오란 유채꽃이 인상적이었다.

산야의 순록을 눈에 흠뻑 각인시키고 간간이 철쭉과 조화를 이루어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내려왔는데, 순천에서 맛보는 노오란 유채꽃의 시각적 별미는 그야말로 달콤함과 그윽한 향기가 필자의 눈을 향해 달려들어 눈과 마음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줬다.

2번 국도를 따라 목포 쪽으로 달려가다 보니, 고흥 팔영산 표지판이 나와서, 벌교에서 15번 국도로 갈아타고 내려오니 한국의 전형적인 시골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푸른 비단처럼 느껴지는 보리밭의 보리이삭이 바람결에 흔들리며 하얀 물결을 일으키니, 푸른 바다에 일렁이는 파도처럼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고흥군 동강면은 보리재배를 많이 하는 것 같았다.

사방이 온통 보리밭으로 물결치고 있다.

조금을 더 지나가니 어느 논에는 분홍색 물결을 일으키는 “자운영 꽃”이 활짝 피어있어 아주 인상적이었다.

몇 년 전에 함평 나비축제를 보러 같더니 주변 논밭이 온통 자운영 꽃으로 물들여져 있어서 아름다움을 만끽한 경험이 새록새록 져미어 왔다.

고흥군 점암면에 있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은 정말로 아름다운 가로수 길이다.

담양군에 있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만큼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은 수 km가 이어지는 가로수 길로서 2003년 전국 최고의 아름다운 가로수 길로 뽑혀서 그 아름다움을 전국에 알리고 있다.

전북 금마면에 있는 전북교육연수원에 도착하기 전 군부대 앞에 조성된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도 봄에는 푸르름의 아름다움을, 가을에는 누렇게 물든 모습을, 겨울에는 앙상하면서도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서 보는 이를 즐겁게 해준다.

팔영산(609m)은 전남에서는 보기 드물게 스릴 넘치는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산자락 아래 징검다리처럼 솟은 섬들이 펼쳐진 다도해의 풍광을 감상하기에 둘도 없이 좋은 곳이다.

산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산세가 험준하고 변화무쌍하며, 위험한 곳에는 철계단과 쇠사슬이 설치돼 별다른 준비없이 산행에 나설 수 있는 가벼운 암릉 산행지이다.

또한 봉우리를 끼고 우회로가 나있어 주의만 기울인다면 초보자도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다.

1998년 초 고흥군에서(1봉: 유영봉, 2봉: 성주봉, 3봉: 생황봉, 4봉: 사자봉, 5봉: 오로봉, 6봉: 두류봉, 7봉: 칠성봉, 8봉: 적취봉) 각 봉의 고유이름을 표지석에 세겨 각 봉우리에 설치하여 등산객을 반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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