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의 나라···그곳 여성들이 겪는 일상 속 성차별 에피소드 생생하게 그려

토마 마티외 '악어프로젝트'

등산 중이던 여성이 잇따라 살해되고, 더 앞서는 서울 강남에서 30대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성차별 문화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폭력이 만연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각종 인터넷 방송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성을 노골적으로 성적 대상화하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를 반증한다.

최근 발생한 여교사 성폭행 사건과 관련한 주민 인터뷰는 참으로 충격적이다.

“그럴 수도 있지”, “여자가 왜 술을 마셔서” 그런 인터뷰를 볼 때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 맞을까하는 의구심까지 들 정도다.

양성 평등 국가로 알려진 프랑스도 예외가 아닌 분위기다.

최근 프랑스 전직 여성 장관들은 자국의 구조적인 성차별과 성희롱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같은 유력 정치인들도 “나는 성차별에 싸워야 했다”며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여성이 겪는 성폭력과 성차별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문제인가? 프랑스의 한 남성 작가가 여성들의 경험담을 직접 듣고 이를 충실히 그려낸 작품을 출간했다.

토마 마티외 <악어 프로젝트>(푸른지식)는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과 성차별을 50여개의 다양한 에피소드로 그려낸 그래픽 북으로,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2014년 11월 프랑스 툴루즈에서는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 기념 전시회가 열렸다.

이때 이 책 <악어 프로젝트>가 초청되었다가 취소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프랑스의 한 정치인이 이 책을 ‘저속하고’,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를 계기로 프랑스 정치인들이 논쟁을 벌였고, 르몽드, 르피가로 등 프랑스의 주요 언론도 이 책과 전시 취소 사건을 집중 보도했다.

이 책은 프랑스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공공장소 성추행, 직장 성희롱, 데이트 폭력 등 다양한 성폭력 상황에서 실제로 오가는 낯 뜨거운 행태와 욕설이 그대로 노출됐다.

무엇보다 도드라지는 것은 남성을 모두 녹색의 악어로 그려낸 점이다.

이 책은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그 여성을 대상화하는 포식자인 남성, 즉 ‘악어’들이 있다고 말한다.

작품 속 여성들은 때로는 은근하고 때로는 노골적인 악어들의 언행에 격렬하게 저항하기도 하지만 충격에 말을 잃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저자 토마 마티외는 작품에 대한 논란에 “성폭력 희생자들을 생각한다면 이 작품이 비도덕적이라는 비판은 그들에게 굉장히 민감한 발언이다”며 유감을 표했다.

성별 간의 대립과 비난은 작가의 진짜 의도가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자신이 여성의 입장에 서 보았듯이 이 책을 계기로 남성과 여성이 서로의 관점을 이해해볼 것을 제안한다.

생생한 에피소드를 통해 남성은 여성이 겪는 고충을 여성의 처지에서 느껴볼 수 있고, 만약 피해자를 목격한다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여성도 너무나 흔해서 심상한 것으로 치부했던 일상의 문제를 환기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 책의 진정한 목표는 성별에 따른 공격이나 대립이 아닌 이해와 화합이다.

남성과 여성 독자가 현실의 문제를 함께 인지하고 남성과 여성이 진정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책이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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