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광역본부 통폐합 전북배제 지역균형발전-각종 기관 90% 전주시 수급업무 재개 공식 요청

▲화폐수급업무 재개 필요성

금융산업 특화도시로 가는 ‘전북의 길목’엔 화폐수급업무를 담당할 창구가 없다.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버젓이 자리하고 있지만 수급업무는 ‘그림의 떡’이다.

한은 본사가 5년전 조직개편을 이유로 통폐합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원거리 화폐수송과 막대한 비용부담, 도난 등 위험이 뒤따른다.

전북으로서는 또 하나의 차별인 셈이다.

지역균형발전에도 어긋난다.

서부권역 유일의 금융지주사 도시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금융산업 특화도시를 꿈꾸는 전북의 위상에도 걸맞지 않다.

전북의 공공·행정기관의 예속화는 더욱 심각하다.

호남권 관할기관 소재지를 둔 주요 공공기관은 모두 광주·전남 차지다.

26개의 공공·행정기관이 광주·전남에 포진돼 있다.

전북에는 단 하나의 공공기관도 없다.

불과 4개의 행정기관만 있을 뿐이다.

화폐수급업무 재개의 당위성을 여기서도 찾을 수 있다.

중소사업자들은 의례히 현금을 은행에 맡긴다.

은행에서는 현금을 가지고 있으면 맡긴 금액에 비례해 지급준비금을 마련해야 한다.

고스란히 은행의 비용 발생으로 이어진다.

근거리에 화폐 수급점이 있으면 돈을 입금할 수 있어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전북에는 화폐수급업무를 담당할 금융기관이 없다.

화폐수급업무의 차질은 고스란히 지역 내 기업의 어려움으로 연결되고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한다.

그래서 화폐수급업무 재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은행 전북본부의 화폐수급업무 재개 문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관련 동향, 화폐수급업무 애로점  

화폐수급업무는 국책은행인 한국은행이 전국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화폐를 발행하고 환수하는 일이다.

하지만 지난 2012년 2월 한국은행은 조직과 인력 개편을 이유로 전북본부 등 전국 16개 지역본부가 담당하고 있던 업무를 5대 광역본부로 통•폐합했다.

이 때문에 전북의 화폐수급업무의 길이 멀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한국은행은 6월 1일부터 일부 지역의 화폐수급업무 복원건의를 받아들여 5대 광역본부에 이어 인천본부, 강원본부의 화폐 수급업무를 개시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전북본부를 배제한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현재 도내 주요 금융기관 화폐수급 거래 현황을 보면 전북은행과 수협, 신한은행 등 3개 금융기관은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를 통해 화폐수급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하나, 기업, SC, 우리, 산업, 농협, 국민, 외환, 우체국, 신협, 새마을금고 등 11개 금융기관은 광·주전남본부로 거래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금융기관들이 화폐수급업무 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도내 금융기관들은 화폐수급 거래를 위해 약 80㎞~100㎞ 정도 떨어진 광주·전남본부와 대전·충남본부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또한 원거리 화폐수송에 따른 비용 발생과 위험부담 등을 안고 있으며 화폐 매입과 신권서비스 제공 등 고객서비스 차원에서도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관내 중소기업과 슈퍼마켓 등에서 은행에 돈을 맡기는 데 은행에서는 일정 금액 이상 현금 보관할 경우 은행의 비용으로 남게 돼 돈을 받을 수 없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지역 내 기업의 어려움으로 연결돼 지역경제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지난달 27일 전주시가 도내 금융기관장들과 가진 조찬간담회에서는 이 같은 애로사항이 잘 나타나 있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를 이용하는 전북은행의 경우 대전까지 86km의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더구나 3,900억원 정도를 수송하는데 3,000만원이 소요되고 장거리 수송에 따른 도난 등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또한 주 2∼3회 금액을 나눠 수송해야 하지만 수송비 부담과 원거리 수송에 따른 위험부담으로 주 1회만 수송하고 있는 상태다.

전주시에 16개 농협지점, 16개 지역농협, 40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농협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광·주전남본부로 거래하고 있는 농협은행은 관내 자금·PR센터 인원이 있었으나 도내 화폐수급업무 폐지로 4명을 감축했다.

전주·완주 시군지부 용역비 1,300만원, 전주 관내 5,800만원, 전북 전체 1억3,000만원의 비용이 발생되고 있다.

나머지 금융기관들도 원거리 화폐수송에 따른 현금수송 불편과 비용 발생, 도난사고, 적기 미공급 등 수많은 애로점을 안고 있다.
 

▲화폐수급업무 재개 이유 3가지  

전북에서의 화폐수급업무 재개 필요성은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지역균형발전’ 차원이다.

전북의 경우 광주·전남을 관할하는 각종 공공기관과 기업본사, 행정기관 등 90% 이상이 광주 지역에 편중돼 있다는 점에서 지역균형발전이 필수적이다.

실제 광주·전남지역에 공공기관과 행정기관 등 26곳이 포진하고 있으나 전주시에는 고작 행정기관 4곳뿐이어서 상대적 박탈감이 큰 상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북의 화폐수급업무는 5년 전인 지난 2012년 한국은행 경영합리화를 명목으로 광주·전남본부로 흡수됐다.

게다가 광주·전남지역으로 집중돼 있는 경제적 인프라의 약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반면 전북지역은 신규투자 여건이 점점 감소돼 지역경제 성장에 막대한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적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는 전북이 서부권역 유일의 금융지주사 소재지라는 점이다.

인천과 경기, 충남, 호남을 통틀어 국내 3대 지방은행이며 서부권역 유일의 지방금융지주사인 JB금융지주가 소재한 도시로 화폐수급업무 필요성과 당위성은 충분하다.

특히 국내 3대 지방은행이 소재한 전북은 막대한 양의 화폐수급 2차 공급처 역할을 해야 하는데도 지역 내 자금 과부족 해소 등 금융기관으로서의 역량 발휘를 저해하는 바람에 지역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도 전북지역 금융사무 급증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주이전, 전북은행(JB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기관의 검사감독 권한 강화를 위해 올들어 지난 2월 전주사무소를 전주지원으로 승격시켰다.

셋째는 금융산업 특화도시 조성을 위해서도 화폐수급업무 재개는 필수적이다.

지난해 5월 국민연금공단이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하고 오는 2017년 2월 기금운용본부 이전에 따라 전북도와 전주시는 금융산업 특화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관련 금융기관의 집적화를 위한 유치활동을 펼치고 있다.

더구나 500조원이 넘는 연기금 유치를 위해 종합증권사, 보험사, 주식파생 등 전문금융투자회사의 집결은 물론 새만금 개발과 탄소산업 클러스터의 조성에 따른 원활한 자금수급 필요 등 향후 도내 화폐수급업무의 필요성이 급증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화폐수급업무 복원하라 ‘목청’  

지난 2012년 한국은행 경영합리화를 명목으로 광주·전남본부에 흡수된 전북본부의 화폐수급업무 재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주시는 지난달 27일 선제적으로 전북지역 13개 금융기관, 지점 대표들과 만나 지역 산업계, 정치권 등과 한국은행 전북본부의 화폐수급업무 재개를 위해 공동 노력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최근에는 전주시가 한국은행 전북본부의 화폐수급업무 재개를 한국은행 총재에게 공식 요청했다.

시는 지난 1일자로 한국은행 전북본부의 화폐수급업무 재개를 요청하는 김승수 전주시장 명의의 공문도 발송했다.

또한 시는 여야 3당 전북도당을 방문해 전북지역 화폐수급업무 재개 필요성과 조속한 재개를 위한 정치권과의 공동대응을 요청한 상태다.

도내 금융기관들도 한국은행 측에 전북본부 화폐수급업무 재개를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전북은행과 농협중앙회 전주·완주시군지부 등 전북지역 금융기관들은 지난 8일 한국은행에 전북지역 화폐수급업무 재개를 요구하는 공식 공문을 보냈다.

전주시의회도 지난 1일 한국은행 전북본부 화폐수급업무 복원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시의회는 전라북도가 지난해 5월 국민연금공단의 전북혁신도시 이전과 기금운용 본부의 이전을 토대로 금융산업 특화도시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어 전북본부의 화폐수급 업무 복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전라북도상공회의소협의회도 지난달 30일 한은 전북본부의 화폐수급업무 복원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북상협은 성명서에서 한국은행 인천본부와 강원본부가 이달 1일부터 화폐수급업무를 재개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탄소융합산업연구조합 회원사 130여개사가 한국은행에 성명서를 내고 화폐수급 업무 재개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전국규모의 경제인 단체에서 성명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7일에는 전북 시장·군수협의회가 성명을 통해 “한국은행이 5대 광역본부에 이어 인천·강원본부의 화폐수급업무를 재개하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전북본부를 배제 한데 대해 깊은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며 한국은행 전북본부의 화폐수급업무 재개를 촉구했다.

9일에는 한국탄소융합기술원 입주기업협의회가 한국은행 전북본부의 화폐수급업무 복원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발표했다.


▲ 통폐합 당시 긴박했던 순간들  

한국은행의 지방조직 개편안이 지난 2011년 2월 발표됐다.

한국은행은 발권업무를 대형 지역본부로 집중시키고 지역본부를 축소하는 등의 지방조직 개편을 2012년부터 시행할 것을 천명했다.

이에 발끈한 전북도의회는 같은 해 3월 1일 철회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도의회(의장 김호서) 의장단은 “한국은행 전북본부의 화폐수급 업무가 인근 광역지역 본부로 통합되면 전북 경제가 광역 지역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는 이른바 ‘블랙홀’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한국은행 전북본부의 기능축소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달 3일 금융노동조합 전북은행지부도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금융노동조합 전북은행지부(위원장 두형진)는 성명에서 “한국은행 전북본부의 화폐수급업무 중단계획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며 “전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통화 수급량이 많고 지방은행 본점이 있는 곳이라는 지정학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며 강력 비판했다.

국회의원들의 문제점 제기도 잇따랐다.

당시 민주당 조배숙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현황보고에서 “새만금 등 대형국책사업에 소요되는 통화 부족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아져 화폐조달에 어려움이 많고, 특히 전북의 경우 대형마트가 진출해서 통화 유입보다 통화 유출이 많다"며 한국은행의 지역본부 조직개편 계획에 문제점을 제기했다.

같은 해 10월 신건 의원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화폐수급업무의 광주·전남본부 통폐합 철회를 요구했다.

당시 신건 의원도 통합 철회를 거들었다.

신 의원은 “정부가 성과도 분명치 않은 효율화를 위해 지역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 전북본부 화폐 수급업무의 광주·전남 광역 본부 통폐합을 강행할 경우 LH 진주이전과 맞물려 전북 도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한국은행 전북본부 화폐수급업무의 광주·전남본부 통폐합 철회를 주장했다.

김완주 전라북도지사와 김춘진 민주당 전라북도당 위원장 등도 같은 해 11월 30일 당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를 만나 “호남권을 담당하는 공공·행정기관 30개 중 87%인 26개가 광주·전남에 편중돼 지역차별이 심화하고 있다"며 한국은행 전북본부의 통·폐합 계획 철회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재는 “카드사용이 늘면서 화폐수급업무가 감소하는 추세지만 전북본부의 수급 업무 담당자 8명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2년 1월 2일 김 총재는 ‘거시건전성분석국’을 신설하는 등 2012년 조직·인력         개편안을 발표했고 ‘화폐수급업무 타 광역본부 이전’(수급업무 기능축소) 내용까지 공식 포함해 16개 지역본부 업무가 5대 광역본부(부산, 대구·경북, 광주·전남, 대전·충남, 경기)로 통·폐합되는 사태를 맞았다.
 

▲ 전주시는 한국은행 전북본부의 화폐수급업무 재개를 한국은행 총재에게 공식 요청했다. 사진은 김승수 시장과 상공회의 소장이 면담하는 모습.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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