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프로듀서와 래퍼의 절묘한 조합 국내 재즈힙합 앨범의 신성(新星)

이휘빈기자의 나무라디오 # 04

JAZZUFACT - LIfe's Like

힙합에 빠진 두 고등학생이 있었다.

둘은 다른 고등학교를 다녔고, 동아리 내에서 같은 팀을 맺지도 않았으며, 한 명은 재즈 멜로디를, 다른 한 명은 힙합 라임을 다듬고 있었다.

이 둘이 팀을 이루게 된 후, 인터뷰에서 둘은 말했다.

“서로 파트너가 음악을 안해서요.”

어깃장 한가득일 것 같은 이 프로듀서와 래퍼는 이른바 ‘대박’을 빚어냈다.

재즈의 화음속에서 가사와 비트가 서로를 향해 주먹을 날리듯 격렬하며, 이 주먹다짐이 한 편의 무용같은 조화까지 만들어냈다.

80년대 후반 도입된 우리나라 힙합은 댄스곡의 추임새와 언더그라운드의 흐름에서 삐걱거리며 부실한 뿌리를 굳히기 시작했다.

‘저속한 저질 음악’이라는 매도를 당하던 한국 힙합도 이제 하나의 ‘장르’와 ‘문화’로 거듭나고 있다.

이중에 현 힙합계의 스타이자 자신만의 플로우를 ‘시어(詩語)’로 만드는 이가 있으니, 그 자신과 사람들은 그를 ‘빈지노’라고 불렀다.

그의 플로우는 깐족거리거나 거세게 내뱉는 기존 랩퍼들 사이에서 독보적이다.

낮게 깔아 읊조리는 그의 발성은 자생 브랜드이자 트레이드마크다.

부담스러움을 지워버린 그의 래핑은 많은 래퍼들 사이에서 독보적이다.

그는 ‘각’을 세우지 않는다.

엷은 빗길에 슬며시 젖어드는 신발처럼 튀지 않으나 산뜻하다.

재즈힙합 역시 생소한 장르다.

마일즈 데이비스가 세션을 이룬 <더 두 밥 송(the Doo bop song)>, 허비 행콕의 ‘멜로디(melody)’의 실험적인 도입 후 유럽과 일본에서 아티스트들이 활동을 시작했지만 국내에는 활동적으로 재즈힙합을 보인 이가 드물었다.

시미 트와이스는 재즈의 리듬에 빈지노의 랩을 여며넣는다.

자칫 가볍게 묻힐 수 있는 빈지노의 래핑에 시나브로 이어지는 ‘템포’를 불어넣는다.

재즈와 힙합의 결합은 사회의 비정함과 분노가 아닌 1920년대처럼 청춘의 모습을 간직했다.

데이트에 나오라는 반복되는 꼬드김에서 시작해(addicted2, 아까워) 엄마의 잔소리에 짜증내면서도 걱정하는 젊은이들의 초상화(Mom’s call), 세상에 오해 사는 힙합 랩퍼의 자조와 다짐(stanger’s theme, smoking areas)에서 청춘들은 흔들리고 사랑하고 내달리며 세상을 자신에 맞추기 시작한다.

2009년 힙합 팀에서 객원 프로듀스와 래퍼로 참여했던 1년간의 청춘의 경험은, 2010년에 시작돼 지금도 세상을 재즈 템포 속에서 유려한 랩처럼 사람들의 어깨를 살짝 흔들고 있다.

제작사 : HIPHOPPLAYA

레이블 : HIPHOPPLAYA

출시일 : 201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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