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은 27일 4•13 총선 홍보비 파동으로 어느때보다도 긴박했다.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왕주현 사무부총장의 영장실질심사와 총선 당시 사무총장인 박선숙 의원의 검찰 출석이 이날 동시에 진행되면서 당 지도부가 느끼는 위기지수도 급상승했다.

국민의당은 진실 규명에 자신감을 보여왔지만, 진위와 무관하게 정치적 소용돌이에 급격히 휘말린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당내외 요구에 몰린 처지다.

특히 왕 사무부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이런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어서, 지도부가 내놓을 타개책에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9시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열리는 사전 비공개회의를 평소보다 1시간 30분 앞당긴 7시에 열었다.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2시간 동안 논의한 것이다.

주로 홍보비 파동에 대한 대처 방안과 지역위원장을 선임하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결과가 논의됐다는 후문이다.

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고, 결과에 따라 엄정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후 세 번째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다.

천정배 상임공동대표는 이례적으로 모두발언을 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두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는 다른 최고위원들을 내보낸 뒤 이번 사태 등에 대해 숙의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부가 이번 사건 연루자들을 상대로 당헌당규에 정해진 이상의 정치적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라디오에 출연해 "현재 당헌당규가 기소만 돼도 판결 여부와 관계없이 당원권 정지가 돼 있는데 국민정서는 상당히 가혹한 요구를 하고 있어서 당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할 것"이라며 출당 조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당헌당규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기존의 방침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이 같은 반응은 당내외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호남권의 더불어민주당 탈당파 가운데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선제적인 정치적 책임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국민의당 전체 지지율뿐만 아니라 호남에서의 지지율 하락을 이유로 들면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0∼24일 전국 유권자 2천539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1.9%포인트)한 결과, 국민의당 지지율은 일주일전 조사(13∼17일)보다 0.5% 포인트 내린 15.5%를 기록해 최근 3개월간 가장 낮았다.

특히 최대 지역 기반인 호남의 지지율이 24.9%로 11.8%포인트나 급락했다.

이에 따라 광주 전라 지역 정당 지지율 1위는 37.2%를 기록한 더민주에 빼앗겼다.

오차범위내지만 국민의당이 더민주에 호남 지지율에서 밀린 것은 6개월만에 처음이다.

아직 당내 반발은 물밑의 움직임이지만,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건 시간문제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같은 호남권 의원 사이에서도 사건의 진위가 가려진 뒤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갑론을박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파동의 정치적 책임을 둘러싼 공방에는 지역위원장 인선과 관련한 계파 간 지분 싸움과 차기 당권 구도 등 당내 알력 다툼도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초 이번 파동이 당내 알력 다툼의 산물로 불거진데다, 해결 방식마저 알력 다툼으로 번질 경우 국민의당은 상당 기간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안 대표의 책임론까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다, 천 대표가 어떤 입장을 취할 지가 이번 사태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