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비영리단체 1천명 조사 취업난-대출금-용돈걱정에 68% '1개이상 꿈포기'···소득 최소월급수준 턱없이 부족

지난 2014년 전주의 한 대학교를 졸업한 김민우(가명•31)씨는 그 해 도내 한 디자인 업체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뛸 듯이 기뻤다.

그 동안 힘들게 공부한 것에 대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원했던 디자이너의 꿈에 마침내 첫발을 내디뎠다는 사실에 감개무량했다.

그는 디자인 부서에 배치됐다.

하루라도 빨리 선배들에게 많은 것을 배워 전문가로서 역량을 쌓고 싶었다.

하지만 기대감은 몇 달 안가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과중한 업무량에 충격적인 조직문화는 그를 점차 지치게 만들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윗사람들이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떠 넘기는 일도 비일비재 했다.

그는 “한번은 팀장님이 디자인 컨셉을 잡았는데 사장님에게 혼나자 평사원인 나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며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 사이 오래된 연인과도 헤어졌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던 터라 어쩌다 데이트라도 하는 날엔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다.

김씨는 결국 입사 1년 반 만에 사표를 던졌다.

현재 전주에 한 중소기업에 입사해 일을 하고 있는 김씨는 지금의 일에 만족한다.

자신이 원하던 직종도 아니고 월급도 훨씬 적지만 정시퇴근에 업무 시간외에는 친구들과 만나고 주말엔 여행도 간다.

김씨는 “저희 세대에게 직장이란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수단이라는 의미가 강해요. 하지만 돈을 받는 대신 꿈을 하나 둘 포기하면 그 돈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최근 N포 세대, 청백전(청년백수 전성시대) 등 자고 일어나면 신조어가 생길 만큼 청년 실업 문제는 심각하다.

전주시 비영리 단체 ‘청년들’이 전주시 청년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6전주 청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주시 청년 68.1%가 자신의 꿈 한 부분 이상을 포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내 집 마련 포기가 34.1%, 꿈과 희망 29.4%, 결혼 29%, 출산 22% 순이었다.

전주에 사는 청년들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최소한의 월급수준은 305.5만원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평균 월 소득액 217.4만원, 비 정규직 평균 월 소득액 188.1만원과 비교했을 때 최소 희망 월급 수준이 100만원 정도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전주 청년들은 현실과 희망 사이에 고민 하다 자신의 꿈 중 평균 1.37개를 포기했다.

또한 청년들은 정시퇴근과 주 5일제 등 근무시간을 취업의 가장 중요한 점으로 뽑았다.

‘청년들’ 관계자는 “최근 들어 청년들은 취업난과 미래를 좀 먹는 대출금, 주거난 등 ‘돈 걱정’으로 점철된 삶으로 숨 쉴 여유 조차 없다”며 “청년의 문제는 곧 한국사회의 문제라는 점을 ‘제대로’ 된 청년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김명수기자 kms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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