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산드로마르초 마뇨 '맛의 천재' 세계 보편화된 음식의 탄생비화-성공비결 담아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 <맛의 천재>  

이탈리아의 역사 저널리스트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의 <맛의 천재>(책세상)가 출간됐다.

저자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는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신문기자로 활동하며 구 유고슬라비아 사태를 보도하기 위해 발칸 반도의 전 지역에서 취재 활동을 했다.

이탈리아 시사 주간지 ‘Diario’에서 10년 동안 외신부 부장으로 일했으며, 현재 역사 잡지 ‘Focus Storia’에서 일하는 한편 경제 일간지 에서 음식 문화 소식을 담당하고 있다.

<맛의 천재>는 피자, 파스타, 에스프레소, 모짜렐라, 티라미수 등 우리의 식문화 깊숙이 자리 잡은 이탈리아 음식들의 기원과 변천사, 성공 스토리를 담은 책이다.

이탈리아의 경제 일간지 ‘Il Sole 24 Ore’에 연재한 음식 칼럼이 단초가 돼 출간된 <맛의 천재>는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보편성을 획득한 음식들의 탄생 비화와 성공 비결을 들려준다.

과거의 인물들과 사건들을 생생하게 소환하기 위해 문학, 미술, 영화, 광고 등 온갖 장르의 문화 콘텐츠가 동원된다.

또한 수많은 역사 에피소드들이 옴니버스 영화처럼 쉼없이 펼쳐진다.

마케로니와 파스타를 다루는 장에서는 18세기 요리서에서 3시간이었던 면 삶는 시간이 미국 남북전쟁 시기에 1시간 30분이 되었다가 1940년대에 이르러 20분으로 줄어드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 밖에도 알루미늄 공장에서 일하던 비알레티가 아내의 빨래 냄비를 보고 모카포트를 발명하고, 덩어리 모양으로 판매되던 헤이즐넛 초콜릿이 무더위에 녹아버리자 빵에 발라 먹는 크림 누텔라로 변신하는 이야기들은 기업인들의 창의력과 용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맛의 천재>를 어떤 책으로 읽을지는 독자의 몫이다.

요리에 관심 있는 미식가는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는 이탈리아 음식의 레시피 변천사에서 새로운 레시피를 떠올릴 수도 있고, 역사에 관심 많은 인문학도라면 여러 지역의 다양한 식문화가 정치, 종교의 역학 관계와 얽혀서 발전 혹은 쇠퇴하는 모습에 흥미를 느낄지도 모른다.

또 경영에 대한 고민이 끊일 날이 없는 사업가라면 이 책에 등장하는 와이너리나 식품 기업들의 성공적인 상품 작명 일화와 마케팅 방법에 솔깃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주말에 소개팅이 잡힌 남녀에게 이 책의 음식 에피소드들은 어색한 식사 자리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끌어줄 구원투수로 보이지 않을까. <맛의 천재>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탈리아 탐식가 가운데 한국인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일 듯싶다.

지금이야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로 유명하고 그의 작품에 천문학적인 값이 매겨지기도 하지만, 젊었을 때 다빈치는 미술 공방의 견습생 급료로 먹고살 수 없어 ‘세 마리 달팽이’라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신세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식당에서 독살 사건이 벌어져 주방의 모든 요리사들이 사망한다.

엉겁결에 보조에서 주방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다빈치는 요리에서도 창조 본능을 발휘하는데, 그릇 한가득 음식을 담아 먹던 당시 관습을 깨고 접시 위에 빵 한 조각과 바질 잎 한 장을 얹어서 내놓는 등의 파격을 보인다.

손님들에게 멱살잡이를 당하고 해고된 다빈치는 이번에는 친구 보티첼리를 꼬드겨 ‘산드로와 레오나르도의 세 마리 두꺼비’라는 식당을 차린다.

비너스의 발밑에 역사상 가장 유명한 조개를 그렸던 보티첼리가 메뉴판 디자인도 하고 간판에 그림도 그렸건만, 식당은 오래지 않아 문을 닫는다.

그래도 요리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은 집념의 사나이 다빈치는 제면기를 비롯해 요리 기계들을 설계하기도 했다.

그 설계도들이 코디체 아틀란티코에 남아 있다.

<맛의 천재>의 또 다른 매력은 은근슬쩍 지나가듯 등장하는 음식 묘사들이다.

만찬처럼 펼쳐지는 그 문장들을 읽고 있노라면 저절로 군침이 돌고 허기가 진다.

결국 어느 순간 책장을 덮고 냉장고 문을 여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윤가빈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