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판단-실행에 '신중'하라" 언어에 담긴 사회 문제-해결책 모색

'눌변'

상공회대 교수 김찬호 著

말을 잘한다는 것은 이 시대에 참으로 필요한 일이다.

가정, 회사에서 타인과 대화를 주고받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우리는 언어를 통해 교류하고, 타인이 쓰는 언어를 토대로 그 사람의 인성과 지식을 가늠한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말을 많이 하는 것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

생각 없이 내뱉는 말은 자신의 수준을 저하시키고, 타인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김찬호의 <눌변>(문학과지성사)은 말을 하기 전 숙고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럼 책 제목의 눌변은 무엇일까. 사전의 뜻을 가져온다면 ‘더듬거리는 서툰 말솜씨’다.

여러 책을 펴내며 글로서 생각을 빚고 대화를 청하는 저자 김찬호는 글쓰기는 난감한 일이며, 점점 ‘눌변’이 되어간다고 고백한다.

저자 김찬호는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초빙교수로 서울시대안교육센터 부센터장을 지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 문화사회학, 남성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또 서울 YMCA, 녹색소비자연대 등의 사회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사회를 보는 논리>, <여백의 질서>, <일본 대중 문화론>이 있고, 번역서로 <작은 인간>, <이런 마을에서 살고 싶다>, <경계에서 말한다>, <학교와 계급재생산> 등이 있다.

눌변은 사전적 의미도 있지만 입이 무거워 말을 잘하지 않는다는 뜻도 있다.

책은 눌변의 의미를 말재주가 없는 것을 예찬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 판단에 신중을 기하고 실행에 옮기기 전에 숙고하라는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맹목적인 스피드 숭배에 제동을 걸고 마음의 속도를 늦출 것을 제안한다.

저자는 이렇듯 더듬거리며 하는 서투른 말솜씨로 소란하고 난해한 한국 사회의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들을 찬찬히 풀어간다.

책이 다루는 주제는 다양하다.

개인에서 언어와 소통, 관계의 문제, 세대, 고령화, 교육, 노동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와 일상 곳곳에서 발견되는 ‘싱크홀’을 담백하고 차분하게 되짚고, 또 해결책을 함께 모색한다.

언어의 풍경은 사회 전체의 풍경이기도 하며, ‘언어’는 곧 소통과 관계의 매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온갖 폭언들로 넘쳐난다.

인터넷의 악성 댓글, 근거가 분명하지 않은 괴담, 끼리끼리 모여서 부풀리는 험담, 특정 집단에 대한 악담과 혐오 발언, 사소한 갈등에도 곧바로 터져 나오는 욕설, 상황을 일방적으로 규정하며 내뱉는 극언, 해괴하고 허황된 논리로 점철된 망언 등. 언어의 격조가 사라지고 있다.

언어가 거칠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근본적으로 우리의 마음이 어지럽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슴속에 부정적인 감정들이 가득 차 있고 이는 불안, 두려움, 질투, 적개심, 열등감, 죄책감, 수치심, 자기혐오처럼 탁한 기운이 짙게 깔려 있다.

그것은 언어를 통해서 타인에게 금방 전염되고 사회로 확산된다.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승인해주는 ‘타자’의 부재, 나의 고유한 사람됨을 알아봐 주고 어떤 역할을 끌어내 주는 ‘사회’의 부재가 사람들을 외롭고 고단하게 만든다.

인간은 나 홀로가 아닌 ‘타인’ 그리고 ‘사회’와 의미 있게 만나는 지점에 존재의 뿌리를 내릴 때에야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사회 속에서 자아를 빚어갈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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