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거 막판, 정동영 후보는 당선을 자신하지 못했다.

선거 전일에도, 투표 당일에도 정 후보는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4월13일, 개표가 막바지에 이른 이날 밤 11시 넘어서도 정 후보와 캠프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당선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없도록 박빙 개표가 이어졌다.

한 표, 한 표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낀 시간이었을 것이다.

4월14일. 점심 시간이 지나서야 정동영 당선자의 얼굴이 조금씩 밝아졌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를 보니, 죽다가 살아났다는 안도감이 얼굴에 비쳐졌다.

불과 989표, 0.7% 차이였다.

경쟁자 쪽에서 만일 500명만 데려갔었다면, 오늘의 정동영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당선증을 받은 DY 얼굴에는 새로운 각오가 담겨 있었다.

전주, 전북을 살리겠다는 결기도 겹쳐져 있었다.

정동영 의원은 당선증을 받은 이후부터 지난 달 20대 국회가 개원하기 이전까지, 지역 유권자 인사에 중점을 뒀다.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전주의 거리에서, 횡단보도 앞에서 허리를 굽혔다.

시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전주와 전북을 살리겠다고 감사 인사를 계속했다.

국회가 개원한 후에도 서울-전주를 오가며 지역 현안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

그래서 “DY가 달라졌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그런데 달라진 것은 정 의원뿐만이 아니었다.

선거 당시 “정동영 안 돼”라고 외치던 이들도, 정동영  비토론을 강하게 주장했던 인사도, 선거에 개입해선 안 되는 반(反)정동영 몇몇 인사들도, 지금은 상당수가 정동영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왜 그럴까. 정 의원의 겸손 모드, 지역에 올인하겠다는 낮은 자세가 “전주에서 몇 번 더 당선되지 않겠느냐” 이렇게 비쳐졌을 수 있다.

아니면 정 의원의 성격이, 좋은 의미든 그 반대 의미든 “매몰차지 않다”는 일반적 평가를 간파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DY 눈도장을 찍으면 뭐가 좋아지는지 모르겠지만 여하간, 알량한 자존심까지 내팽개치는 그런 몇몇의 모습은 안쓰럽기도 하고 연민의 정을 느끼게도 만든다.

정동영 의원은 989표가 아니었다면 지금 속된 말로, 정치적 낭인이 됐을 것이다.

63세임을 감안하면 어쩌면 재도전 아니 와신상담의 기회조차 갖기 어려웠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DY가 당선증을 받지 못했다면 9명의 보좌진도 지금의 그 위치, 고액 연봉을 받는 그 자리에 앉지 못했을 것이다.

전주 유권자들이 그를 아슬아슬한 표차로 당선시킨 민심을, 측근들은 항상 두려워해야 한다.

그렇게 보면 정 의원의 상의 왼쪽에 달려 있는 금뱃지의 값어치는 더욱 높아 보인다.

DY의 보좌진-최측근 인사들은 정 의원이 왜 사회불평등 해소나 반값아파트, 원청-하청-일용직 문제, 직접시공제, 국토교통위에 관심을 기울이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의 공약과 그의 지향점에 대해 깊게 공부해야 한다.

듣기 좋은 말로, 책임지지 못할 전략으로 국회의원실의 ‘주군(主君)’과 대화를 나누면 안 된다.

모든 책임은 정 의원이 지게 된다.

정동영의 향후 정치이력에 혹시라도 흠이 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제시해선 안 된다.

좀더 진중하고 먼 미래까지 내다보는 중장기 플랜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당을 수차 이끌어 본 DY에게, 당권에 도전하라는 식의 ‘어이없는 조언’은 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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