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서 탐지 범위 벗어나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요격 가능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0일 국내 방송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진행자의 질문을 받고 북한이 동해안 동북쪽에서 한국을 향해 SLBM을 쏠 경우 사드로 요격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이 지난 9일 동해 상에서 SLBM 시험발사를 감행해 북한의 SLBM 위협이 부각된 상황에서 나왔다.

북한이 SLBM 시험발사를 한 것은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마치 사드가 SLBM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한 장관은 사드가 북한의 SLBM을 어떻게 요격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한 장관의 설명과는 달리, 군사 전문가들은 해저 잠수함에서 언제 어디서 발사될지 알 수 없는 SLBM의 특성상 사드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요격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내에 배치될 사드의 사격통제용(TM) 레이더는 전방 120도 범위 공중에서 적의 미사일이 목표물을 향해 하강하는 '종말 단계'에 진입할 때 이를 포착한다.

사드가 북한이 지상에서 발사하는 단거리•준중거리 미사일 요격을 위해 북쪽을 지향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 잠수함이 동해로 깊숙이 침투해 발사하는 SLBM은 TM 레이더의 탐지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 장관이 사드로 SLBM을 요격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SLBM이 동해안 동북쪽에서 발사된 상황을 가정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사드의 SLBM 요격은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한이 지상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은 한미 양국 군이 최첨단 정보자산으로 발사 준비 단계부터 추적할 수 있지만, 깊은 바다로 후방 지역에 침투한 잠수함이 갑자기 쏘는 SLBM의 경우 비행 단계에서 포착해 요격태세를 갖추려면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SLBM 요격이 쉽지 않은 만큼, 북한의 SLBM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무력화하는 게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양국 군은 미국 조기경보위성(DSP)과 우리 군이 도입할 정찰위성으로 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의 출항 단계부터 정밀 감시할 수 있도록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민구 장관도 시사프로그램에서 "북한 SLBM은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이기 때문에 해군의 대잠작전 개념에 의해 발사 이전에 탐지, 무력화하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선 바닷속에서 적의 잠수함을 무한정 추적할 수 있는 핵잠수함이야말로 북한 SLBM을 무력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핵잠수함이 SLBM을 탑재한 잠수함을 실시간 추적해 발사 징후를 포착하는 즉시 격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적의 잠수함을 격침하지는 않더라도 SLBM 발사 징후를 심해에서 포착해 지상의 미사일 요격체계와 정보를 공유하면 요격태세를 효과적으로 갖출 수도 있다.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SLBM 위협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은 아예 발사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SLBM을 탑재한 적의 잠수함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유사시 격침하는 핵잠수함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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