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 페란테 '나의 눈부신 친구' 사춘기 소녀의 우정 솔직하고 대담하게 그려

엘레나 페란테 '나의 눈부신 친구'  

저자 엘레나 페란테는 현재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여성작가이자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많은 사랑과 찬사를 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저자다.

하지만 그녀의 신상은 미스터리다.

나폴리에서 태어났고 일찍 고향을 떠나 오랜 세월을 외국에서 보냈다는 사실 정도만 밝혀져 있을 뿐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은 베일에 싸여 있다.

언론의 인터뷰조차 아주 가끔 이메일로만 허락할 정도로 자신을 밖으로 드러내길 꺼리는 은둔 작가다.

그의 작품 <홀로서기>(원제 I Giorni Dell'abbandono)는 그녀의 대표작으로 1년이 넘는 장기간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었고 전 세계 17개국의 언어로 번역됐다.

또한 로베르토 파엔자 감독의 영화로도 연출돼 제62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 경쟁부문에 오르기도 했다.

‘나폴리 4부작’의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한길사)는 ‘릴라’와 ‘레누’라는 두 주인공의 유년기부터 사춘기까지의 우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릴라를 회상하는 레누의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폴리의 가난한 동네에서 자란 릴라와 레누는 서로에게 가장 절친한 친구다.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간파하는 특별한 사이지만 그들의 우정 안에서도 미묘한 감정은 존재한다.

그들에게 서로의 존재는 평생의 라이벌이자 영감을 주는 뮤즈다.

릴라는 명석함을 타고났지만 가정환경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독학한다.

모범생이고 노력형인 레누는 이런 릴라를 보고 자극을 받아 공부하지만 릴라의 영특함을 따라잡을 수 없다.

학교에서 인정받은 과제조차도 결국 릴라의 아이디어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단지 공부뿐만이 아니다.

릴라는 커갈수록 아름다워지고 모든 남성의 시선을 독차지한다.

릴라보다 무엇 하나 잘난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열등감을 느끼는 레누와 외부 환경 때문에 꿈이 좌절되는 릴라. 자신의 환경에 따라 그들의 감정은 요동친다.

그들의 우정은 사랑과 미움, 질투와 동정 같은 감정이 뒤섞인 흙탕물 같다.

진정한 우정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친구 없는 사람도 없지만 평생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두 주인공의 우정은 보편적이지만 특별하다.

페란테는 솔직하고 대담하게 그 우정을 그린다.

스토리텔링은 본능적이지만 문장은 섬세하고 치밀하다.

우정은 곧 일상이다.

일상 안에서 만들어지는 평범하고 사적인 관계다.

그러나 우리는 우정이라는 관계 안에서 휘몰아치는 여러 감정을 내보이길 꺼린다.

자신만이 느끼는 가장 은밀한 감정들은 담아둔 채 지낸다.

페란테는 바로 그 지점을 소설에 담는다.

친구 간의 관계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내밀한 부분. 릴라와 레누의 우정은 공격적이고 불안하지만 우리의 우정도 크게 다르지 않기에 단숨에 그들의 삶을 읽어 내려간다.

저자는 두 주인공의 우정과 삶이 사회에 의해 변화된다는 것을 말한다.

페란테가 “우리 삶에서 가장 가깝고 사적인 근심들은 정치적인 것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듯 릴라와 레누의 우정은 단순히 개인적인 관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의 우정은 여러 세대의 삶과 관련되고 얽혀 있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갈등하고 선택하며 변화한다.

그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일상은 모두 역사의 일부가 된다.

그들은 사소한 역사적 사실에 진실성을 부여하는 인물들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우리의 일상도 역사의 일부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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