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후유증 오른발 작아

우상혁(20•서천구청)의 오른발은 왼발보다 작다.

8살 때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이다.

하지만 그는 '천운'이라고 했다.

"구름발인 왼발을 다쳤으면 높이뛰기 선수를 할 수 없었을 거에요."    

스무 살 우상혁에게 또 한 번 행운이 찾아왔다.

한국 남자 높이뛰기 유망주 우상혁은 10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2016 오사카 국제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승에서 2m29를 넘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올림픽 기준 기록이 정확히 2m29다.

26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만난 우상혁은 "사실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고 있었다. 계속 몸 상태가 안 좋고, 운도 따르지 않았다"고 털어놓으며 "그런데 오사카 대회를 앞두고 몸 상태도 좋고, 기분도 괜찮았다.그렇게 도전 기회가 왔다"며 웃었다.

이제 우상혁은 리우 하늘을 날아오른다.

우상혁은 "정말 꿈만 같다.올림픽처럼 큰 대회에 출전하게 되니 마음가짐부터 달라진다"며 "높이뛰기를 시작할 때, 초심을 떠올리려 한다"고 했다.


◇ 균형감 떨어지는 짝발, 극복의 역사 = 우상혁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로 오른발을 다쳤다.

하지만 '달리기'가 좋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를 졸라 육상부에 들어간 것도 그저 달리는 게 좋아서였다.

대전 중리초등학교에서 윤종형 코치를 만나면서 우상혁의 인생이 달라졌다.

우상혁은 "육상부에 들어가 다른 선수와 뛰어보니, 내 달리기 실력은 별 게 아니더라"고 웃으며 "윤종형 선생님의 권유로 높이뛰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짝발'은 극복의 대상이었다.

우상혁은 "아무래도 발 크기가 다르니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균형감에 문제가 있었다"며 "균형감을 유지하는 훈련을 많이 했다. 균형을 잡으니 높이뛰기에는 짝발이 더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 우상혁은 높이뛰기에 최적화된 선수가 아니다.

그의 키는 1m88㎝. 높이뛰기 선수 중에는 작은 편이다.

우상혁은 "나도 내 신체조건이 좋은 편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작은 키로도 성공한 선수가 많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상혁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스테판 홀름(스웨덴)이다.

홀름은 1m81㎝ 작은 키로도 세계를 제패했다.

우상혁은 "홀름의 경기 영상을 자주 본다"고 했다.

그렇게 우상혁은 단점 하나를 또 지웠다.


◇ "저는 큰 대회에서 더 잘하는 선수입니다" = 한국 육상은 나날이 기록이 상승하는 우상혁에게 큰 기대를 건다.

"우상혁이 전성기에 돌입하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메달까지 도전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우상혁은 당장 리우에서도 뭔가를 해내고 싶어한다.

'큰 대회에 강한 성격'이 기대감을 키운다.

우상혁은 2013년 세계청소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2m20을 기록, 금메달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꾸준히 기록을 향상했다.

2014년 세계주니어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2m24를 뛰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올해 6월에는 2m25를 넘었다.

그리고 리우 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두고 올림픽 기준 기록도 통과했다.

우상혁은 "묘한 자신감이 생긴다. 나는 큰 대회에서 더 잘하는 선수다"라고 했다.

우상혁은 2m29에 성공하면서 2016시즌 세계 공동 16위로 올라섰다.

리우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하면 8명이 겨루는 결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우상혁은 "한국 남자 높이뛰기의 올림픽 역대 최고 기록이 8위(1996년 애틀랜타 이진택, 2m29)다.

리우에서 내 기록을 경신하고, 결선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라고 의욕을 보였다.

짝발, 단신 등 신체적인 약점과 싸워 온 우상혁은 이제 비인기 종목의 한계도 극복하려 한다.

"제가 뭔가를 해내면, 한국 높이뛰기도 인정받지 않을까요."    

우상혁이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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