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구성-캐릭터로 살인의 당위성 담아 거장 아그네츠가 홀란드 영화로 제작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著 - 세계 18개국 번역 출간

 

생명의 존엄성을 배우는 우리에게 <죽여 마땅한 사람들>(푸른숲)이라는 제목은 참 세다.

저자 피터 스완슨의 작품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제2의 나를 찾아줘 라는 평을 받으며 많은 독자와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이 책은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등 세계 18개국에 번역, 출간됐으며 거장 아그네츠가 홀란드가 영화화할 예정이다.

이 책은 낯선 공간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서로 내밀한 사생활을 털어놓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릴리는 어릴 때부터 기묘한 상황에 노출돼 있었다.

예술가, 작가, 엄마아빠의 새 애인과 전 애인이 뒤섞여 있는 집. 이곳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감정을 무디게 닦았다.

그러던 어느 날, 릴리는 기르던 고양이를 괴롭히는 길고양이를 죽여 버렸고, 이것이 그녀만의 완벽한 문제 해결 방식으로 자리 잡는다.

성인이 되어 대학 기록 보관소에서 매일 비슷한 업무를 처리하는 일을 하고, 책이 가득한 집에서 홀로 유유자적한 생활을 하며 그녀는 특별히 원하는 것도 바라는 것도 없는 삶을 살아간다.

얼핏 고요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을 쓰레기를 치우듯 차례차례 죽여 나간다.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알고 보니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양다리를 걸치고 거짓말을 해댄 남자친구, 영원히 함께 행복 하고 싶었지만 뻔뻔하게 불륜을 저지르고 재산 뽑아낼 궁리만 하는 아내. 만약 당신이라면 이들을 용서할 수 있는가. 그들을 용서할 수 없는 작품 속 인물들은 복수를 계획하고 실행한다.

그 복수는 잔혹하게도 살인이다.

작가 피터 스완슨은 피가 흘러넘치는 잔혹함을 보여주지만 누가 봐도 나쁘다고 손가락질할만한 사람을 등장시키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 하나쯤 있을 만한 사람들을 모아서 그들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일, 그들이 증오를 처리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살인은 분명 나쁜 짓이지만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뛰어난 구성과 매력적인 캐릭터로서 살인의 당위를 만들어낸다.

명백히 잘못을 하고도 마음 편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보통은 애써 기억에서 지우려 한다.

하지만 릴리는 매번 그녀만의 방식으로 심판에 나선다, 차분하고 치밀하게. 망설이지 않는 릴리의 태도를 보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정말 나쁜 일인가’, ‘왜 사람을 죽여선 안 되는가, 누구나 한 번은 죽는데’라는 물음이 쏟아지며 그동안 믿어왔던 선과 악, 인간성에 대해 반문할 수밖에 없다.

작가는 살인자의 태도처럼 태연하게 자신의 세계를 늘어놓았고, 독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든다.

만약 다시는 전과 같은 인생을 살 수 없게끔 만든 사람이 있다면, 내가 그 사람을 죽일 자신이 있다면, 시체도 완벽히 숨길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우리의 마음이 릴리를 비난만 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이 책은 피가 튀는 잔인함이 아니라 사람들 마음 속 터부를 끄집어내 반문을 던진다.

우리가 믿어온 선과 악에 물음표를 던지고, 인간성의 경계를 허문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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