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한 건축물에 입주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건강한 청년이 이유 없이 쓰러져 병원에서 며칠 동안 치료하고 퇴원한 일이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여러 가지 원인을 애기했지만 그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사의 말에 의하면 건축물이 있는 그곳은 큰 수맥이 있고 그것이 원인일수 있다는 것이었다.

동감하는 말이다.

수맥이 건축물 균열에 미치는 영향이란 연구논문을 본적이 있기 때문이다.

광어라는 생선은 한쪽 면에 눈이 두 개 달려있다.

생물학자들은 원래 한쪽 면에 각각 하나씩 눈이 달려있었는데 생존을 위해 바닥에 붙어살면서부터 눈이 한쪽으로 돌아가서 눈 두 개가 모두 한 쪽면에 있도록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생태계에서 제약은 진화를 촉발한다.

이러한 제약에 의한 디자인의 변형은 건축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회화나 조각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왜냐하면 회화나 조각은 장소가 옮겨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축은 반드시 그 장소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건축은 주변 환경으로 인한 제약이 많다.

그리고 제약을 해결하기 위한 몸부림이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보상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다.

우선 홍콩의 ‘홍콩 상하이뱅크’를 살펴보자. 이 건물은 1985년에 6년간 10억 달러를 들여 완공했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단일 건축물이었다.

이 건물은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설계를 했다.

그가 처음 이 건물을 설계할 때 문제가 하나 생겼다.

갑작스럽게 홍콩의 유명한 풍수지리가 그 땅에 건물을 지으면 안 된다고 반대한 것이었다.

이유인 즉 그 건물이 지어지는 위치가 홍콩경제의 중요한 수맥이 지나가는 자리인데 만약에 거기에 건물을 짓게 되면 그 흐름이 막혀서 홍콩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노먼 포스터 같은 대가라면 그냥 무시하고 지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풍수지리적인 것인 제약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결했다.

풍수지리적으로 맥의 흐름을 막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니 건물의 1층을 모두 열어버리는 디자인을 제안하였다.

방법은 금문교 같은 현수교 방식으로 건물을 짓는 것이었다.

현수교는 보통 두 개의 기둥이 있고 그 사이에 줄을 드리워서 그 줄에 다리의 상판을 걸어놓는 구조다.

교각이 물에 닿는 면을 최소한으로 한다.

같은 방식으로 빌딩의 각층을 다섯 개 층씩 묶어서 현수교의 줄에다가 매단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를 위와 옆으로 반복해서 사용하였다.

이 건물의 1층은 비어있고 수십 층 되는 빌딩은 땅 위에 떠 있는 것처럼 설계한 것이다.

지금도 이 빌딩의 1층은 온전히 시민들에게 개방돼 있는 공공공간이다.

휴일엔 홍콩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동남아시아 여성들이 나와서 이 공간에서 마작을 하면서 쉰다.

건축사는 이 공간에 자연 채광을 들이기 위해서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각도가 변하는 거울을 달아 햇볕을 반사시켜 아래층으로 내려 보내는 하이테크적 기법을 도입했다.

노먼 포스터는 풍수지리가의 제약을 해결하기 위해 과감하게 1층을 빈공간으로 하고 기존에는 사용하지 않는 현수교 구조를 고층건물설계에 도입하여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건축사의 이런 노력 덕분에 개발업자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건물을 갖게 됐다.

지금도 홍콩의 스카이라인을 설명하는데 빠질 수 없는 건물이 되었다.

이처럼 건축에는 사회적, 지리적, 경제적, 구조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이 같은 제약은 중력을 이겨야 하고, 한 장소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하며,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야 하는 건축물이 가지는 숙명 같은 것이다.

그런데 어떤 건축사는 이런 제약을 불평만 하는 반면, 창의적인 건축사는 이 제약을 이전에는 없었던 새롭고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승화시킨다.

전주에도 판에 박힌 건축물이 아닌 이런 창의적 디자인이 넘쳐나는 도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약을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부터 가져야 한다.

제약은 새로움을 낳는 어머니다.

/㈜ 라인 종합 건축사 사무소 김남중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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