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자영업자의 수호천사 없나요?
원주민-자영업자의 수호천사 없나요?
  • 이신우
  • 승인 2016.08.0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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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 관광정책후 상업화 부동산 가격 급등 지가 상승에 임대료 오르며 원주민-예술가 이주 2003년 한옥마을 보존회 구성 거버넌스 사업 추진 동문거리 수박용 건물 신축 등 지가-임대료 상승

요즘 들어 전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라는 용어가 자주 회자된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도시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도심의 낙후된 지역으로 중•상류층이 유입되고 상대적으로 땅값이나 임대료 등이 상승하면서 비싼 월세나 집값 등을 감당하기 힘든 원주민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이다.

상업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던 전주한옥마을은 사실상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현실화된 곳이다.

원주민과 예술가, 영세 자영업자 등이 한옥마을을 떠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한옥마을과 지근거리에 있는 동문거리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시민과 행정이 주도해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찌감치 잠재우고 있는 곳도 있다.

개발과 함께 임대료 상승이 우려됐던 전주역 앞 ‘전주 첫 마중길’ 조성 사업지 주변 상가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건물주와 임차인, 직능단체와 전문가 그룹, 주민대표 등이 나서 상생협의회를 만들고 행정이 힘을 보태 예방대책을 발 빠르게 마련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현실화 됐던 한옥마을이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한 동문거리의 문제점과 해법을 짚어본다.

또 전주역 앞 ‘전주 첫 마중길’ 사업지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는 주민과 행정의 상생노력을 통해 젠트리피케이션 예방대책을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한옥마을•동문거리의 젠트리피케이션  

전주한옥마을은 최근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대도시권에서 유일하게 전주시 전역까지 국제슬로시티 확대 재인증을 받아냈다.

최근에는 세계적 배낭여행 지침서 '론리플래닛'이 전주를 아시아 명소 3위로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런 전주에는 대표적인 관광지 한옥마을이 자리하고 있으며 한국을 넘어 세계적 관광지로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옥마을은 과거 수년 사이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상업화의 길을 걸었던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지가는 물론 임대료가 상승하고 지역 원주민과 예술가, 영세 자영업자 등이 지역을 떠나는 현상이 심화됐다.

특히 지난 2002년 한옥마을 보존을 위한 관광정책이 시행된 이후 한옥마을은 변화의 한가운데 섰다.

주택이 상업화, 관광지화 되면서 상업시설의 지나친 증가로 이어져 거주인구와 가옥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상권 활성화와 관광객 증가로 이어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덩달아 상가 임대료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숙박시설과 카페, 찻집의 증가폭도 각각 98%, 93%로 급증했다.

관광정책의 활성화 과정에서 지가 상승으로 임대료가 오르면서 젊은 예술가들의 이주가 시작된 것이다.

비싼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작업실을 동문거리, 자만마을, 서서학동 등 외곽으로 옮기게 됐다.

원주민들은 지가가 상승하자 자발적으로 집을 팔고 이주했다.

남아 있는 주민들 중 상당수는 한옥을 숙박시설이나 상업시설 용도로 변경했고 외지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처럼 민간 상업자본이 유입되자 지가의 급등과 투기세력이 형성되는 부작용도 겪었다.

이 같은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전주시는 한옥마을의 과도한 상업화 방지에 나섰다.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한 상업시설의 규제에 나선 것이다.

건축물의 용도심의를 강화한 꼴이다.

초기 행정주도의 사업 추진을 벗어나 지난 2003년에는 ‘한옥마을보존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주민참여를 기반으로 행정과 전문가에 의해 사업이 추진됐다.

마을공동체와 상인회, 봉사대 등 자생단체를 중심으로 한옥보존협의회가 구성됐고 주민참여가 활발해지면서 ‘한옥마을 거버넌스’가 구성돼 한옥마을 관련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이처럼 한옥마을은 도시 한옥의 가치를 유지하고 보전정책을 펼쳤던 것이 오히려 관광명소로 알려지면서 부작용을 가져왔다.

하지만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의 완화 정책과 지역특성을 고려한 보존대책으로 더 이상의 부작용을 예방하고 있다.

60~70년대 전주 최고의 중심거리였던 동문거리도 젠트리피케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다.

당시 40여개의 고서점과 헌책방, 창작소극장, 황토소극장, 삼양다방 등 문화예술 공간들이 들어섰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상업 기능이 쇠퇴하면서 고서점, 헌책방 등 많은 상가들이 이주해 구도심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뒤 최근 몇 년 사이 3~4층 규모의 상가와 2~3층 규모의 숙박용 건물 신축이 늘어났다.

이 때문에 동문거리도 지가나 임대료 상승이 지속되면서 문화예술인들과 영세상인들이 외부로 이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동문거리도 한옥마을과 마찬가지로 상생협약과 문화예술 활동의 거점 조성, 미래문화유산 제도를 홍보•전시하고 교육하는 방법, 인문학 도서관 조성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전주시 한옥마을사업소에 따르면 올 6월말 기준 한옥마을의 인구는 1,283명, 세대수는 644세대다.

국토부 발표 표준 공시지가와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보면 주거지역 단독주택의 경우 2006~20013년까지 7년간 4.5배 정도 올랐다.

주택부지 거래만 따져봐도 2009~2013년 까지 5년간 10배 정도 올랐다.

지난해에는 한옥마을 태조로 지가가 3.3㎡당 4,000만원~4,400만원, 은행로 2,000만원~2,500만원, 향교길 1,000만원~1,500만원, 최명희길은 1,500만원~2,000만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지가 상승은 임대료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주 첫 마중길’의 선제적 대응  

최근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예상지역인 전주역 앞 ‘전주 첫 마중길’ 조성 사업지 주변에서는 민간주도로 예방 차원의 상생협력이 시작됐다.

사실상 전주한옥마을이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적 발생지라면 전주 첫 마중길 사업지 주변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선제적 예방대책을 서두르고 있는 곳이다.

‘첫마중길 상생협의회’는 26명의 회원들로 구성됐다.

우아1동 주민자치위원장과 통우회장, 발전협의회장 등 직능단체와 건설사, 주유소, 빌딩주, 호텔, 부동산 등의 건물주가 참여했다.

또한 임차인들을 비롯해 전문가, 주민대표 등이 뜻을 함께했다.

이들은 분과별로 첫 마중길 조성사업과 관련된 사업 발굴과 의견제시, 거리와 상가 조성 등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게 된다.

이 처럼 민간주도의 상생협의회가 구성돼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나선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첫 사례다.

‘첫마중길 상생협의회’ 노치화 회장은 “전주 첫 마중길 사업지 주변 상가에서는 원주민 등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시민과 행정의 주도적인 예방대책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주시는 지난달 29일 전주시장실에서 전주 첫 마중길 주변의 지속가능한 공동체 조성을 위한 ‘지역발전과 지역공동체 상생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시는 협약을 시작으로 향후 지역 상인과 주민등과의 다양한 상생협력을 추진해 첫 마중길 조성사업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최소화 하겠다는 의지를 담아냈다.

건물소유자의 경우 임대인의 임대기간을 보장하고 월세 부분에서도 법적 수수료율을 적용해적정 수준의 임대료로 유지하기로 했다.

시는 젠트리피케이션 대응책 마련을 위해 연구모임을 구성하고 주민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사회적 상생의 공감대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서울 성동구 등 전국 36개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와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인터뷰-전주시 정책연구소 장우연 연구원

“전주한옥마을은 주거와 상업이 혼재된 관광지로서 지역의 전통 주거지라는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전주시 정책연구소 장우연 연구원이 한옥마을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장 연구원은 “한옥마을은 상업자본의 침투가 임대료 상승으로 연결돼 원주민이 집을 팔고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현실화된 곳입니다.

하지만 전주시가 과도한 상업화 방지 등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주민과 함께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동문거리는 상업지로서 문화예술인들을 중심으로 서학동 등 타 지역으로 이주하는 현상이 목격됐지만 한옥마을 만큼 대규모는 아니다”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주민과 행정이 자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전주역 앞 ‘전주 첫 마중길’ 사업지 주변의 경우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에 힘입어 이 같은 현상을 불식시키고 있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장 연구원은 젠트리피케이션 완화 정책으로 △상권활성화 상생협약 △마을 내 공유공간 확보를 통한 마을 공동체 활성화와 정주여건 향상 △지역활성화를 위한 기금 조성 △행정에서 부동산 매입이나 임차를 통해 지역 거점공간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앵커시설 조성 △도시계획 수단을 통한 관리 △지역상생발전 조례 제정 등이 있다고 제시했다.

▲인터뷰-‘첫마중길 상생협의회’ 노치화 회장  

“첫 마중길에는 지가나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빨리 또는 쉽게 오지 않을 것입니다” 전주시 덕진구 전주역 인근 우아1동 지역에서 20여년간 임차인으로 생활해오고 있는 노치화씨(첫마중길 생생협의회 회장·공인중개업)의 젠트리피케이션 질문에 대한 첫 마디다.

이 곳은 현재 전주시가 보행중심의 명품 특색거리 조성을 위해 전주 첫 마중길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다.

노 회장은 “첫 마중길 주변 상가 대부분은 영업이 잘 되는 곳과 고전하는 곳이 나뉘어 월세가 최고 200만원, 최저 60~70정도로 비교적 낮게 형성돼 있다.

월세 인상도 법적 수수료율 정도만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1~2년 전과 비교해 큰 차이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첫 마중길의 경우 상생협의체가 적기에 만들어져 우려하는 것 만큼 원주민 등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상생협의회에서도 기대와 희망을 갖고 젠트리피케이션 예방에 협조하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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