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안정적이었던 겨울철과 다르게 이번 여름은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 현상이 지속되어 전력예비율이 10%이하로 떨어지면서 전력수급위기에 대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무엇보다 황당한 사실은 얼마 전만 하더라도 남아도는 전기로 복합화력발전소의 수익성이 도마에 올랐는데, 단지 몇 개월이 지난 지금은 전기가 모자르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여름철 전력 과소비가 심각한 문제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력수급위기 방지를 위한 발전소를 비롯한 송전망 건설에는 많은 비용이 초래된다.

이는 국민의 세금을 통한 많은 재정투입 등 직접적인 비용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의 설득, 건설 후 유지보수비용과 환경정화비용 등 관련된 사회적 비용 역시 직접비에 못지않은 많은 비용이 든다.

더욱이 원자력발전과 관련하여 방폐장을 둘러싼 갈등은 특히나 심각했는데, 이제 우리는 또 다시 반복되는 여름 오후 2~5시 전력피크 극복을 위한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폐기물처리를 위한 ‘제 2의 부안 방폐장’사태를 겪을지도 모르겠다.

비용(Cost)과 편익(Benefit)의 절연(絶緣) 전기의 사용에서 발생되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경제활동으로 생산되는 재화(財貨)인 전기는 여름철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영위하는 등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사용되어야 하지만 몇몇의 비양심적 편익을 위해 오․남용되고 이와 관련된 많은 비용은 구성원 모두가 함께 책임지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문 열고 냉방’의 경우가 그렇다.

물론 사용한 만큼 요금을 지불하면 상관없다는 의견도 일리는 있으나 문제는 해당 요금이 과용(過用)으로 초래된 사회적 비용(Social cost)을 모두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또한, 공공재화의 특성상 다른 누군가에게 차별화된 요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惡用)하는 누군가’는 공동체 구성원에 숨어 자신들의 편익(Benefit)은 극대화(Maximize)하고, 초래되는 사회적 비용(Cost)은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분담하게 되는‘비용과 편익의 절연’현상이 발생한다.

전력(電力)문제와 관련하여 자원배분의 사회적 왜곡현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

’는 속담처럼 대도시의 전력사용을 위한 불편과 생활의 피해는 고스란히 발전소 인근 지역주민들이 입고 있으며, 대도시는 단지 전력을 소비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되었던 미세먼지의 원인이 바로 발전소였을 만큼 우리는 전기를 사용하며 편리한 삶을 누리기 위해 환경 등 소중한 가치들을 희생시키고 있다.

‘전기 없이 우아하게’살기 사이토 겐이치로 기자(나고야 보도센터 사회그룹 소속)는 ‘전기 없이 우하하게’라는 책으로 일본에서의 전력사용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사태는 지역주민들의 생계였던 청정 농산물의 헐 값 덤핑, 지역경제의 파탄, 농민자살 등 해당 지역사회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하지만, 정작 후쿠시마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대부분 소비하던 대도시인 도쿄는 책임은 거녕 이제 전기절약의 노력은 자취를 감춘 작금의 상황을 보면서 저자는 ‘집을 잃고 판자에 누워있을 후쿠시마 주민들을 생각하니 너무 슬프고 원통하다’고 생각하면서 5암페어(전력사용량이 높은 전자레인지 가동도 어려운 계약용량)의 초 절전‘우아한 생활’을 시작한다.

대한민국의 전력수급위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발전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음에도 매년 반복되는 이 위기는 과연 언제까지 겪어야 할까? 특정 시간의 전력피크를 방지하기 위해 화력발전소를 건설해야 할까,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야 할까? 그리고 대도시의 전력사용을 위해 희생당하고 있는 발전소와 송전선 피해 주민들의 눈물은 누가 닦아 줄까? 풍요롭고 우아한 삶을 위해 반드시 전기를 낭비할 필요는 없다.

필요한 만큼 슬기롭게 우리 공동체를 생각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우리는 다른 이웃들의 삶을 더 풍요롭고 우아하게 만들 수 있다.

냉장고의 적정용량을 채우려는 노력은 알뜰한 소비습관으로 이어지며, 적정냉방은 전기요금절약과 함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1석2조의 생활습관이다.

또한, 상점의 출입문을 닫아주는 센스는 전력피크를 방지하는 훌륭한 처방(處方)이다.

전기절약은 우리 모두를 위한 우아하고 아름다운 생활습관이다.

/한국에너지공단 전북지역본부장 박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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