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국무회의에서 400조7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함에 따라 심의•의결권을 가진 국회로 공이 넘어왔다    이번 예산안은 올해보다 3.7%가 늘어나며 첫 400조원 시대를 연 가운데, 여야 간 세출 항목에 대한 견해차가 상당함에 따라 처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예산안 부수법안인 세법 개정안을 놓고서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자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세법 전쟁'도 뒤따를 전망이다.

      특히 여야 3당으로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정책적 역량을 과시할 수 있는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예고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 총선 결과로 새로 맞이한 여소야대 국면인 만큼, 예산안 처리과정의 풍경이 예년과는 다소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예산안은 최근 2년 동안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현행 국회법 영향으로 법정시한인 12월 2일 처리되면서 법정시한 내 처리가 관행으로 자리잡는 듯했으나, 올해는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2년 간은 국회법상 내년도 예산안은 여야 합의에 따른 수정안이 제출되지 않더라도 법정 처리시한인 12월 2일이 되면 정부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기 때문에 야당 입장에선 수정안에 합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대야소 국면에서 야당이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정부 원안이 표결에 들어가면 그대로 통과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의 여소야대 국면에선 야당이 정부안을 표결로 부결시킨 채 여야 간 수정안 협상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법정기일이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준예산 편성'이라는 위기감 속에 새해가 될 때까지 이어지는 여야의 '밀고 당기기'가 재현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법정기일을 넘길 경우 야당은 비판적 여론을 안고 가야 하는 부담이 있는 만큼, 아직 법정기한을 지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야당은 올해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을 포함시키겠다고 벼르는 데다, 복지 예산에 대한 견해차가 확연하는 등 곳곳에서 충돌이 예상된다.

      국회 예산결산특위의 김현미(더불어민주당) 위원장은 지난 6월 취임 인터뷰에서 "내년도 예산안에서 누리과정 예산 문제의 종결 방안을 담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야당은 이날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현미경 심사'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반면, 여당은 정부 원안을 존중하면서도 최대한 민생예산이 될 수 있도록 손질하겠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 김현아 대변인은 "현재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평가할 시점은 아니다"라면서 "기본적으로 새누리당은 정부 입장을 고려하면서도 민생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총체적 실패로 입증된 '초이노믹스'(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주도의 경제정책)에서 한 발짝도 못 벗어났다"면서 "지출내역을 보면 지금까지 해온 정책을 예산규모 확대에 따라 그대로 확장한 무색무취한 점증주의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부자증세와 함께 국민 개세주의(소득있는 모든 국민이 세금 부담) 원칙 아래 예산안과 세법을 짜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정부•여당과 차이를 보여왔다.

국민의당은 31일 의원워크숍에서 '중복지 중부담'에 대한 명확한 세부정책과 함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국회 심의 과정에서는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예산이 올해보다 8.2% 감액된 데 따라 지역구 의원들의 불만이 제기될 것으로 보이다.

      의원들의 예산증액 요구가 빗발치며 '선심성 예산', '쪽지 예산'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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