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신임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의 새 지도부가 30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한 당론채택여부 결정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당내 논의과정에서 의견충돌이 빚어질 우려가 있는데다 국민 여론도 사드배치 찬성이 더 우세하다는 점 등 복합적인 상황을 감안해 잠시 숨고르기를 하면서 추이를 살피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사드 문제에 민생이 묻히지 않도록 하겠다는 태도를 부각시키면서, 당론 문제는 시간을 두고 충분히 검토를 하자는 것이 더민주 지도부의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추 대표는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것이지 이전 지도부의 '전략적 모호성'을 수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사드 문제에서 '후퇴'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 대표는 이날 지도부에 이날 사드 당론채택 일정을 늦추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31일로 예정됐던 토론회는 다음달 5일에 개최하기로 했으며, 2일 워크숍에서 예정했던 당론채택 여부 결정도 토론회 이후로 늦췄다.

      추 대표가 전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원들도 판단할 기회를 드릴 것이다.

그리고 당론을 어떻게 정할지는 원내대표 몫"이라며 "내 의견대로 관철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듯한 입장을 밝히면서 이전보다 신중론으로 돌아선 모습이다.

      여기에는 자칫 정기국회가 사드 문제로만 채워지면서 민생문제가 묻혀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추 대표는 이날 가락시장 민생현장을 찾아 "사드는 사드, 민생은 민생"이라고 말했고, 당 핵심 관계자는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사드 국회를 만들면 안된다"고 말했다.

      국민 여론이 사드 찬성 쪽에 기울어져 있다는 점도 신중론에 힘을 더하고 있다.

      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성인남녀 1천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휴대전화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는 ±3.1%p) 결과에 따르면 사드배치 찬성 56%, 반대 31%, 답변유보 13% 등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날 더민주 민주정책연구원이 주최한 '한반도 사드배치의 주요이슈와 대응전략' 토론회에서도 지도부는 이제까지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추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제까지 사드에 대한 토론의 장이 없었는데 더민주가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사드에 반대하려면) 무조건 대안을 내놓으라고 하며 밀어붙이고 있는데, 우리는 이걸 '다임(DIME, 외교•정보•군사•경제)'의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봐야한다"고 했다.

      그는 축사에서도 "가장 큰 잘못은 핵 미사일을 가속화하는 북한이 한반도 안보환경을 흔드는 것"이라며 "문제의 원인은 북한에 있지만, 이걸 우리가 외교안보적으로 어떻게 훌륭하게 극복하느냐가 과제"라고 했다.

      윤호중 정책위의장 역시 축사에서 "우리 당이 어떻게 입장을 결정하는 것이 당의 이익과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냐는 차원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급작스럽게 반대당론을 정할 경우에는 자칫 '김종인 지우기'에 나서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러나 추 대표 지도부가 이대로 사드 문제에서 '후퇴'를 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추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토론회 및 당론채택 연기에 대해 "신중론으로 가는 것이냐"는 질문을 하자 "신중론과 모호론은 같은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저는 여전히 사드에 반대하는 생각이고 논거도 갖고 있다"며 "그러나 제가 주장을 하면 정치적 주장이라는 생각을 할 것 아니냐. 그러니 외교•안보•국익을 모두 아우르는 토론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추 대표는 세월호 특조위 기간연장 문제와 함께 사드 문제에 대한 대책위 역시 원내지도부 산하에서 당 지도부 산하로 옮기면서 이 문제에 당력을 더욱 많이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추 대표 측의 한 인사는 통화에서 "사드 만큼 민생도 중요하다는 것, 당론을 졸속으로 정해서도 안된다는 것이 추 대표의 생각이 맞다"면서도 "하지만 집권을 바라보는 정당으로서 이 문제를 피해 가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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