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축구국가대표팀에 최소 수십억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북한은 북한 축구대표팀 예른 안데르센(53) 감독의 연봉으로만 최소 10억원 이상의 외화를 지급하고, 수 억원을 들여 해외 평가전을 치렀다.

      다음 달엔 유럽 전지훈련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내용은 노르웨이 언론 VG와 안데르센 감독의 인터뷰 내용으로 알려졌다.

      그는 인터뷰에서 "전담 운전기사와 개인 비서, 통역사 지원을 받고 있으며 평양 고려호텔을 숙소로 제공 받고 있다"라며 북한에서 받는 대우를 설명하기도 했다.

      최근 대북제재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북한이 축구에 적잖은 자금을 투입하는 이유는 대표팀 전력 강화는 물론 젊은 선수들을 유럽 리그에 진출시켜 비용을 상쇄하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북한, 안데르센 감독에게 쏟아부은 돈 '수십억원' = 안데르센 감독은 작년 11월 말 북한으로부터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제의받았다.

      안데르센 감독은 개인 에이전트를 통해 북한의 제안을 전해 들었다.

      그는 "북한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어 약간 혼란스러웠다"라며 "제의를 받은 뒤 독일 뮌헨에서 3, 4차례 북한 관계자를 만났다"라고 말했다.

      안데르센 감독은 4월 중순 북한 감독직을 수락했고, 5월 1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고려항공을 이용해 북한 평양에 입국했다.

      그는 "평양에 도착한 뒤 어디로 가는지조차 몰랐다"라고 말했다.

      그의 숙소는 평양시 중구역 창광거리에 있는 고려호텔이었다.

45층 규모의 고려호텔은 주로 외국인들과 최고위 간부들이 묵는 평양 최고의 특급호텔이다.

      그는 이 호텔 30층에서 생활하고 있다.

      각종 편의도 받고 있다.

그는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으며 개인 운전기사와 개인 비서, 통역이 생활을 돕는다.

      안데르센 감독은 "일에만 열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라고 말했다.

'       생활도 자유롭다.

안데르센 감독은 최근 평양을 방문한 아내와 함께 평양 인근을 여행하기도 했다.

그는 여행하면서 골프도 쳤다.

      그는 "식사는 주로 호텔에서 하고 있으며, 호텔 인근 레스토랑에서 고급 음식을 먹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연봉은 최소 수십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다른 나라 톱 클래스급 국가대표 감독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안데르센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 출신 지도자다.

이런 지도자와 계약을 하기 위해선 최소한 수십억원의 연봉을 보장해야 한다.

      유럽 주요 국가의 축구대표팀 감독 연봉은 최소 30억원 이상이다.

한국 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연봉도 30억원 내외로 알려졌다.

      생활 여건이 안 좋은 북한은 안데르센 감독 영입에 상당액의 연봉을 베팅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소 10억원 이상의 연봉이 예상되는 이유다.

'       ◇북한의 축구 굴기 정책, 필리핀 쇼크 이후 시작됐다 = 북한의 투자는 안데르센 감독에게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 최종전 이후 전방위적으로 축구에 투자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3월 필리핀과 최종전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북한은 2-1로 앞선 경기 막판 동점 골과 역전 골을 연달아 내줬고, 이 경기 결과로 최종예선 진출에 실패했다.

      충격을 받은 북한은 김창복 감독을 경질하고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수 명의 후보자 중 안데르센 감독과 계약했다.

      안데르센 감독은 지난 1991년 헝가리 출신 팔 체르나이 감독 이후 북한이 선임한 두 번째 외국인 축구대표팀 사령탑이 됐다.

      북한은 안데르센 감독 부임 이후 축구에 적잖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우선 최고의 훈련 환경을 조성했다.

      북한 축구대표팀은 15만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세계 최대의 경기장,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을 훈련장으로 쓰고 있다.

      안데르센 감독은 "훈련 환경은 매우 좋다.

해외 평가전을 치르고 돌아오니 경기장의 울퉁불퉁한 곳도 다 정리됐더라"라고 말했다.

      최근엔 해외에 나가 평가전을 치르기도 했다.

북한은 16일 말레이시아에서 이라크와 두 차례 비공개 평가전을 치른 뒤 24일 중국 상하이에서 아랍에미리트와 비공개 친선경기를 소화했다.

      북한은 이라크와 1차전에서 1-0 승리, 2차전에선 1-1로 비겼다.

아랍에미리트엔 2-0으로 이겼다.

대표팀 선수들은 말레이시아 해외 평가전 기간에 휴양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올가을엔 평양에서 1~2차례 A매치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안데르센 감독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그는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경기 기회가 적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두 달에 한 번은 A매치를 소화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북한의 투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오는 10월엔 독일 혹은 오스트리아에서 전지훈련을 할 계획이다.

전지훈련 비용만 수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보인다.

'       ◇북한의 축구 투자, 선수 수출이 주목적 = 북한의 10월 유럽 전지훈련은 자국 선수들을 유럽 클럽에 알리는 쇼케이스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안데르센 감독은 "북한엔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좀 더 많은 성공의 기회를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축구협회는 더 많은 선수가 해외에서 뛰기를 바라고 있다.

북한축구협회는 남한 선수들이 유럽 빅리그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 선수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해외 클럽의 움직임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이탈리아 등 몇몇 유럽 클럽들은 북한 선수들에 관해 관심을 두고 있는데, 해당 선수들이 아직 18세가 안 돼 계약을 못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화 관리에 예민한 북한에서 해외 평가전과 전지훈련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최고 의사 결정권자인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 없이는 이뤄지기 힘들다.

      스위스 베른에서 자란 김정은 위원장은 평소 축구 등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축구 투자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선수 수출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외화로 투자 금액을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 한다.

      실제로 북한은 미드필더 최성혁을 지난 3월 이탈리아 프로축구 피오렌티나 산하 프리마베라에 입단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이탈리아 의회가 피오렌티나와 최성혁의 입단 계약이 유엔의 대북제재를 위반한 것이 아닌지 검토해달라며 대정부 질의서를 발송했고, 구단은 최성혁을 방출했다.

      북한의 선수 수출 전망은 밝은 편이 아니다.

      한편 안데르센 감독은 주변의 비판 여론에 관해 "남들이 뭐라 생각하든 개의치 않는다"라며 "북한은 그저 국제축구연맹의 한 회원국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적이 있느냐'라는 말엔 "없다.

내가 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나는 축구를 하러 온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북한 내 정치 상황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다"라고 밝혔다.

      안데르센 감독의 인터뷰는 29일 노르웨이 언론 VG에 유료 기사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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