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 전문가가 50건 엄선 유산의 의미-가치-등재 과정 일화 소개

강경환, 조유진 作 '왜, 세계유산일까?'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여부는 항상 이목을 끈다.

전북에서는 지난해 익산 왕궁리 유적지, 미륵사지가 포함된 백제역사지구가 있으며, 그 이전에 지정된 고창의 고인돌 유적이 있다.

유네스코 등록을 위해 각 지자체는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등록이 됐을 시에는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강경환, 조유진 <왜, 세계유산일까?>(눌와)는 그 답을 이야기한다.

책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구성됐지만 어른들이 봐도 큰 이질감이 없다.

저자 강경환, 조유진은 유네스코 전문가라 해도 무방하다.

표지에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전문가로 소개돼 있다.

강경환은 국립무형유산원장이다.

고려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 주립대학교에서 문화재 보존학 석사, 목원대에서 ‘한국의 세계유산 보존관리 방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화재청에서 근무하면서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의 고인돌 유적,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등을 세계유산에 등재하는 일을 했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한국정부 대표단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현재 유네스코 공식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정회원으로 있다.

조유진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보고관으로 일하고 있다.

고려대 한국사학과를 졸업하고 이후 문화재청에서 약 10년간 유네스코 및 국제 교류 관련 일을 했다.

조선왕릉, 남한산성,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등 주로 세계유산 등재와 관리에 관한 일을 했다.

책은 1050건이 넘는 세계유산 중 50건을 엄선했다.

책은 그 50건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인류가 함께 보호하는 세계유산의 의미와 가치를 전달한다.

창덕궁이나 앙코르와트처럼 크고 오래되고 화려한 유적에서부터 지은 지 얼마 안 된 현대건축, 광산 등의 산업 시설, 자연 생태가 잘 보존된 국립공원,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처럼 부끄러운 역사의 현장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또한 등재 과정의 사연이나 유산과 관련된 논란도 덧붙여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일례로 북한이 ‘고구려 고분군’을 세계유산에 등재하려고 하자, 고구려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던 중국이 서둘러 중국에 있는 고구려 유산을 세계유산에 등재 신청한 경우다.

2015년 세계유산에 등재돼 우리나라와 갈등을 빚은 ‘일본의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은 하시마 탄광 등 일제 강점기 때의 강제 노역장이 포함된 곳이다.

단순히 일본의 산업 발전을 자랑하는 유산으로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가 훼손돼 세계유산에서 삭제된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을 통해 유산의 보존과 지역 주민들의 생활이 부딪치는 경우도 소개한다.

우리나라 세계유산은 12건이 다뤄진다.

저자가 우리나라의 유산을 세계유산에 등재 신청을 했던 전문가들인 만큼 생생한 일화를 만날 수 있다.

처음에는 석굴암만 등재 신청을 했다가 불국사도 함께 등재하게 된 사연,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데 13년이나 걸린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길고 험난했던 등재 과정 등이 흥미진진하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명지대학교 석좌교수는 “이 책은 ‘세계유산 전문가’가 ‘왜 세계유산일까’를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까지 나온 세계유산 안내서와는 다르다”며 “세계유산의 다양한 가치를 아우르며, 세계유산에 관한 다양한 궁금증들을 차근차근 풀어 주고, 인류가 함께 살아가는 자연, 문화, 삶, 역사가 어우러지는 세계유산 안내서다”라며 추천평을 남겼다.

/윤가빈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