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종덕 '노동자의 어머니'···전태일의 어머니로 청계노조복구부터 험난했던 노동운동 과정담아

전태일은 참으로 아픈 이름이다.

한국의 노동운동을 상징하는 인물로, 전태일로 인해 한국의 노동조건은 개선되기 시작했고, 노동운동의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됐다.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은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과 생존권 보장을 위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라는 말을 외치며 자기 몸에 스스로 불을 붙였다.

병원에 실려 간 전태일은 어머니에게 “내가 못다 이룬 일을 어머니가 대신 이뤄주세요”라는 유언을 남겼고, 어머니 이소선은 “네가 못 다 이룬 것을 내가 꼭 이루겠다”는 평생의 약속을 했다.

이후 이소선은 노동자가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싸워 나갔다.

그렇게 그는 ‘노동자의 어머니’라는 별명을 얻었다.

민종덕의 <노동자의 어머니>(돌베개)은 ‘전태일의 어머니’, 나아가 모든 노동자의 어머니로 불리던 이소선의 한평생을 실제 구술과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정리한 책이다.

이소선이 직접 구술했던 내용을 이야기 형식으로 정리해, 한 인간으로서의 이소선을 가감 없이 접할 수 있다.

저자 민종덕은 1974년, 전태일의 일기를 읽고 충격과 감화를 받아 직접 쌍문동으로 이소선을 찾아갔다.

그때부터 그는 청계피복노조의 일원으로서 노동자의 더 나은 삶을 실현하기 위해 운동에 매진했고, 노조 대의원, 사무장, 지부장 등의 직책을 두루 맡으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 과정에서 이소선이 부당하게 구속을 당했을 때는 격렬한 항의농성과 투신으로 항의하기도 했고, 강제 해산됐던 청계노조를 복구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으며, 87년에는 이소선과 함께 수배생활을 헤쳐 나가기도 했다.

이렇듯 가까운 거리에서 각별하게 교류하고 보필하고 지켜본 사이였기에, 이소선의 삶에 펼쳐졌던 다양한 고비와 국면을 이 책을 통해 더욱더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소선의 삶을 본다는 것은 대한민국 민주노조운동의 역사를 읽는 일과도 다르지 않다.

전태일이 죽음으로써 일으킨 불씨를 친구들과 어머니 이소선이 살려낸다.

하지만 80년에 들어선 전두환 군부정권은 강제해산이라는 명목으로 짓밟아 버린다.

청계피복노조는 84년 복구됐고, 이것이 1985년 최초의 기업별노조 간 연대파업인 구로동맹파업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다.

그 험난했던 과정에서 이소선은 늘 그 투쟁의 당사자 일원으로 현장에 직접 참여했던 것은 물론이고 헌옷을 팔아 번 돈으로 노조의 활동비를 대고, 운동가들이 먹을 밥을 짓는 등 힘든 일을 도맡으며 노동자들을 물심양면으로 뒷받침하는 정신적 지주였다.

1990년대 이후의 외환위기와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으로 노동자들의 삶이 무너져 가는 현실에서도 노년의 이소선은 누구보다도 가슴 아파했고, 원로로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집회에 나가 노동자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일에 여념이 없었다.

2011년, 마지막 눈을 감던 날까지 그는 노동자가 하나되어 투쟁함으로써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되는 세상을 위해 불철주야 온 힘과 마음을 기울였다.

이소선 행보의 면면들은 곧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이들의 만인보와도 같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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