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희‧전주 YWCA 회장  

기다리던 가을이 왔다.

천고마비의 계절 탓일까? 바삭한 풍미가 일품인 단골집 치킨이 생각나 주문을 했다.

내가 단골집을 고집하는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배달사원 W를 만나기 위해서다.

W는 17세, 학교를 다녔으면 고1인 이른 바 ‘학교 밖 청소년’이다.

W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진학을 하지 않은 채 치킨 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중학교 때 가정사로 인해 가출한 경험도 있는 것 같고, 어린 나이에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은 것 같은데 치킨하나 시켜놓고 이렇게 저렇게 물어볼 수가 없어서 그간 여러 차례 배달을 시키면서 하나 둘 정보를 수집하였다.

오늘 W는 무척 피곤해 보이고, 얼굴이 상기된 것이 미열도 있어 보이며, 기침을 하는 등 감기 증세를 보인다.

생각해보니 지난 번 배달 때에도 기침을 했던 것 같아 혹시 ‘결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뜬금없이 결핵이 떠오른 것은 전주YWCA가 운영하는 전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내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최근 사업보고에서 ‘학교 밖 청소년 건강검진사업’에 대해 인상 깊게 들은 탓 일게다.

‘학교 밖 청소년 건강검진 서비스’는 여성가족부가 건강보험관리공단과 함께 전국의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일명 꿈드림센터)를 통해 시행중에 있는 2016년 신규사업으로 청소년복지지원법에 근거해 정규학교를 다니지 않는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해 학교 밖 청소년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9세 이상 18세 이하의 학교 밖 청소년과 19세 이상 24세 이하 학교 밖 청소년 중 건강관리에 취약한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니 실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검진항목은 상담, 진찰, 혈액검사, 구강검진 등 여러 항목의 기본검진과 감염성 질환 및 산부인과 등 추가검진이 있다.

특히 내년부터 정규학교 고1학생의 건강검사 항목에 ‘잠복결핵검진’을 추가해 실시 할 예정인데 몇 달 앞당기어 우리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먼저 무료로 시행한다고 하니 나라 안팎으로 어지러운 일 홍수 속에서 한 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다.

건강검진을 원하는 학교 밖 청소년은 10월 말까지 가까운 꿈드림센터를 방문해 관련서류 등을 작성해 제출하면 친절한 상담원이 동행하여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하니 동네방네 소문낼 일이다.

나는 오늘 W가 단순한 감기이기를 바라며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 주기로 했다.

W가 당장은 치킨집 알바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으나 훗날 검정고시나 자격증 취득을 하여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한다.

그러려면 당분간 나는 단골집 치킨을 주문해서 먹을 수밖에 없다.

당신도 오늘 치킨이 생각나는가?

그렇다면 또 하나의 W가 있는지 살펴보길 간절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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