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로 소통을 원하는 인디 여가수 전달력 뛰어난 가사-신스팝의 결합

이휘빈기자의 나무라디오 17.
Oohyo-Adventure

음반 리뷰를 쓰다보면 계획적으로 ‘다음에는 이 가수가 좋으니까 이걸 써야지’라는 마음을 가지고 시작하지만, 듣다 보면 또 ‘이건 좀 아닌데’ 싶어 접어놓기도 한다.

근데 이번 앨범은 연속된 우연에 펜을 들게 되었다.

처음 그녀의 노래를 듣게 된 것은 전북대 쪽 카페서 멍하게 있을 때였다.

얇은 속삭임처럼 들려오는 소리에 별 감흥 없이 ‘노래 좋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에서 퇴근 길에 버스에서 또 그녀의 노래 소리가 들렸다.

‘인기가 좋은가?’라고 생각했다.

잠이 안와 뒤척거리다 라디오를 켜니 다시 그녀의 소곤거리는 노래가 들렸다.

“얘 도대체 누구야?” 스마트폰을 켜니 정보도 드물었다.

얼굴도 항상 가리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궁금증으로 먼저 다가왔다.

몇몇 인터뷰에서 그녀는 자신을 그림자와 빛 사이에서 드러냈다.

본명은 우효은, 사람들이 발음을 잘 못해 우효라고 정함. 런던에 위치한 대학교에서 문화산업을 배우고 있음. 방음이 안되는 기숙사에서 조그마한 소리로 노래를 불러 녹음한 뒤에 녹음실에서 재녹음. 2014년에 시작한 음악, 어느새 SNS에서 폭발적인 인기 자랑.

정체를 감춘 이유는 “내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목소리로 소통하고 싶어서.” 인터넷에서 찾은 그녀의 정체보다, 그녀의 의도대로 나는 그녀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우효의 앨범이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2015년도의 ‘Adventure’가 알려지면서다.

앨범에 수록된 ‘고슴도치의 기도’은 애틋하고 달달한 사랑 노래가 아닌, 담담함이 짙게 배인 그녀의 모습을 잘 드러낸다.

기타와 피아노가 곁들여진 그녀의 가사는 토스트처럼 따뜻하고 담담하다.

지치는 하루를 마감할 때 듣고 있으면 하루를 보낸 사실이 자랑스러워진다.

보통 노래의 가사들은 시나 소설을 닮았고, 서사에서는 소설에 가까워지는 편인데 그녀의 신스팝의 가사는 종이를 넘기는 느낌이 아니다.

그녀의 가사들의 상황은 단편영화나 드라마에 가깝다.

그녀의 노래 중에 뮤직비디오로 나온 ‘K드라마’는 짧은 애니메이션 속에 어찌나 가사가 잘 맞아 떨어지는지 신기할 정도다.

슬픈 발라드와 팝 중에서 가장 이질적이고 매력적인 노래를 하나 뽑자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우효의 ‘아마도 우린’을 뽑고 싶다.

이별을 노래한 팝들은 대부분 많은 그리움과 아픔을 열심히 어필하려 목소리를 높이고, 때로는 절규에 가까운 기교를 선보인다.

첼로와 바이올린의 선율이 수놓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슬픔은 대중음악사에 익숙하다.

그런데 우효의 노래는, 너무 현실적이어서 울먹이게 된다.

드라마와 영화의 애처로운 이별이 아닌, 헤어지는 상황 속에서 상대의 손을 향해 움직이는 손가락과 들썩이는 입술이 희뿌옇게 나타나기 시작한다.

익숙함과 멀어질 때 보는 뒤돌아봄이, 나뭇가지와 잎처럼 섞여 있다.

그녀의 노래는 헤어지는 그 모습에 어떤 기교를 넣지 않고도 내면의 외로움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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